CIA 빈라덴 파일 공개…이란-알카에다 교류정황 포착(종합)

입력 2017-11-02 15:35
수정 2017-11-02 16:04
CIA 빈라덴 파일 공개…이란-알카에다 교류정황 포착(종합)

"이란, 알카에다에 자금·무기·헤즈볼라 훈련장 지원"

빈라덴 "서양은 도덕적으로 느슨"…셰익스피어 생가 찾으며 서구경멸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노재현 기자 = 이란이 2011년 미군에 사살된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일반적 관측보다 교류협력이 활발했다는 정황이 미국 정부문건을 통해 공개됐다.

미국 NBC뉴스는 1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자료는 이란과 알카에다가 애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친밀한 관계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알카에다가 시아파 맹주 이란과 자주 대립적 모습을 보였지만 상황에 따라 가끔 협력도 했다는 것이다.



CIA는 이날 미국 웹사이트 '롱워저널'(The Long War Journal)의 요청으로 미군이 빈 라덴 급습 당시 획득한 자료 47만건을 공개했다.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 2명은 NBC뉴스 인터뷰에서 "알카에다가 미국에 맞서 싸우는 것을 이란이 지지했다는 증가"라고 평가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알카에다와 이란의 관계는 2001년 9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알카에다 간부들과 이들의 가족들이 아프가니탄에서 탈출하면서 시작됐다.

이때 빈 라덴은 '알카에다 운영협의회'로 알려진 집단에 소속된 알카에다 지도자들을 이란에 파견했다.

CIA가 공개한 자료에는 이란이 알카에다를 돈과 무기뿐 아니라 레바논의 헤즈볼라 훈련지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했다고 기술돼 있다.

이는 알카에다가 이란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지역에서 미국 이익에 타격을 가하는 대가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그러나 CIA는 다른 한편으로 이 자료는 알카에다의 핵심 조직원들이 강제구금되는 결과를 초래한 이란과 알카에다의 갈등도 재확인했다.

빈 라덴은 중동 전역에 걸친 이란의 영향력이 점차 치명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스스로 고려하기도 했다.

그가 알카에다 고위 지휘관 가운데 1명과 맞교환하려는 목적으로 이란 외교관에 대한 납치를 명령했다는 보도도 이번에 재확인됐다.

그동안 이란은 알카에다 조직원들을 단순히 가택연금이 아니라 수감했다며 알카에다와 협력 관계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또 이번 자료에서 처음으로 빈 라덴의 서양 여행 사실이 확인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빈 라덴이 10대 때부터 서양에 대해 반감을 품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는 14세 때 10주간 영국을 방문해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e-upon-Avon)에 있는 셰익스피어 생가를 자주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빈 라덴은 자신의 일기에서 영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별다른 감흥을 받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그는 "사람들이 느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 나이에 영국에서 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썼다.

이어 "매주 일요일 셰익스피어 생가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 사회와는 다른 사회라는 것을 봤다. 거기는 도덕적으로 느슨한 사회였다"고 서술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유한 건축가 아들로 태어난 빈 라덴은 학업을 위해 영국에 머물렀다.

가디언은 빈 라덴이 10대 때 여름 영국을 여행하면서 서양이 '타락한'(decadent) 곳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일기장은 아보타바드에서 차로 몇 시간 걸리는 파키스탄의 한 유명 서점에서 구입했다.

빈 라덴은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죽기 전까지 가족들과 5년간 지냈다.

그와 함께 살해된 아들 칼리드도 아버지의 일기장에 자신의 일기를 적어 넣은 것으로 보인다.

일기장에는 빈 라덴과 칼리드의 꿈과 비전 등이 담겨 있다.

무슬림 국가들이 어떻게 연합해야 하는지, 서방과의 평화를 정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도 들어있다.

CIA가 공개한 자료에는 7만9천건의 오디오 및 이미지 파일과 1만건이 넘는 비디오 파일이 포함됐다.

비디오 자료에는 빈 라덴의 아들인 함자가 20대에 이란에서 거행했다고 보도되고 있는 결혼식 장면도 포함됐다.

함자는 아버지를 이어 알카에다 지도자로 활동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빈라덴이 2011년 사살됐을 때 그의 컴퓨터에 저장된 동영상에서는 뜻밖의 콘텐츠들도 다수 발견됐다.

동영상 '찰리가 깨물었쪄'(Charlie Bit My Finger), 유명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나비나 양말 등을 만드는 뜨개질 설명 영상이 들어있었다.

특히 아기 찰리가 형 해리의 손가락을 깨무는 귀여운 모습을 담은 영상은 2007년부터 유튜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