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전 주민이 결정했다'…국내 첫 사례
인천 도림고 이전 갈등 봉합…주민 1천500명·학부모 3만 명 여론조사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학습 환경을 해치는 농산물도매시장을 피해 학교를 옮길지를 놓고 주민간 갈등을 빚은 인천 도림고등학교 이전이 결정됐다.
교육청이 기존 학교를 다른 곳으로 옮길 때 해당 학교 학부모와 주민 여론까지 조사해 다수결로 정한 것은 처음이다.
인천시교육청은 남동구에 있는 도림고를 2021년 3월까지 서창지구로 옮긴다고 2일 밝혔다.
도림고 이전 재배치 계획을 다음달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 의뢰하고, 내년 3월 인천시의회 승인을 거쳐 5월부터 설계와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도림고 이전 논란은 인천시가 운영하는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이 2019년까지 이 학교 앞으로 옮기기로 결정되면서 불거졌다.
농산물시장과 학교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불과 80여m 떨어지게 돼 차량 증가와 소음, 악취, 해충, 안전사고 등으로 인한 교육환경 악화가 우려됐다.
또 학교 인근에 남촌일반산업단지와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이 수립돼 학교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다.
시교육청은 이에 따라 도림고를 현 위치에서 3.5㎞가량 떨어진 택지개발지구인 서창지구 내 학교 부지로 옮기는 방안을 마련했다.
농산물시장 이전 사업으로 원인을 제공한 인천시가 학교 부지 매입과 신축 비용 307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도림고 인근 주민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남촌·도림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 2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도림고 이전 반대 진정서를 인천시와 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이들은 "남촌·도림동은 초등학교만 2곳이 있고 중학교도 없는데 하나뿐인 고등학교까지 이전하면 통학 불편은 물론 원도심 공동화를 부추길 것"이라며 "학교를 옮겨도 현 위치 반경 1.5㎞ 내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원도심 초·중·고교 이전을 둘러싼 주민과 시의회의 반발로 몸살을 앓은 시교육청은 결국 주민 다수결이라는 초유의 카드를 빼 들었다.
전문기관에 의뢰한 이번 여론조사는 동별 인구분포 비례에 따라 주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는 이전 찬성이 73%로 반대(27%)를 압도했다.
앞서 시교육청이 지난 9월 도림고에 자녀가 입학할 수 있는 인근 39개 초·중학교 학부모 2만9천7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72%가 이전에 찬성했다.
박융수 인천시교육감 권한대행은 "학교 이전 재배치 과정에서 학부모뿐 아니라 주민조사를 적용한 전국 최초 사례"라며 "학교를 옮기는 게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가장 나은 대책이라는 데 다수가 공감한 만큼 애초 약속한 대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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