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필리핀에 관계복원 '손짓'…"두테르테와 따뜻한 관계"
아세안 정상회의 때 첫 대면 예정…인권보다 대북·대테러 공조 초점
국제인권단체 "트럼프, 두테르테에 초법적 처형 중단 요구해야"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오는 12일부터 필리핀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때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첫 만남은 양국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끈끈한 유대를 과시하며 중국을 견제한 전통 우방이자 동맹국이다. 그러나 작년 6월 말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미 외교노선 탈피, 필리핀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대한 전임 미 행정부의 비판 등으로 두 나라 사이에 냉기류가 형성됐다.
2일 GMA뉴스 등 필리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일정의 하나로 오는 12∼13일 필리핀을 방문해 미·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양자 회담도 할 예정이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대한 전화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첫 대면을 고대하고 있으며 양국 지도자가 '따뜻한 관계'를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양국 관계가 여전히 굳건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과 솔직하고 우호적인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패트릭 머피 미 국무부 동남아 담당 부차관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이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최근 말한 점에 미뤄볼 때 양국 관계복원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나라 관계는 작년 하반기에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 유혈소탕전과 관련, 인권 유린을 비판했다가 두테르테 대통령이 '개XX'라는 욕설도 서슴지 않으며 반발하면서 급속히 냉각됐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 필리핀의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한편 중국, 러시아와의 경제·군사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필리핀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인권 실태를 크게 문제 삼기보다는 대북 공조 강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세력 소탕 지원, 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 단속 현장에서 벌어지는 초법적 처형의 중단을 요구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전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관계가 필리핀에서 마약과의 전쟁으로 벌어지는 참사를 외면하는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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