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쓰리다고 PPI제산제 오래 먹으면 위암 발생 위험 매우 커져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위산 역류나 위궤양 등으로 인한 속 쓰림 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특정 약물을 오래 먹으면 위암 발생 위험이 최소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콩대학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대학 연구팀은 위산 분비 억제제로 매우 많이 쓰이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계열의 약물을 장기 복용하는 사람의 경우 위암 발생률이 평균 2.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PPI가 위암 발생 위험 증대와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들은 있었다. 그러나 위염, 위 및 십이지장 궤양, 위암 발생의 매우 흔하고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영향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한 것이었다.
홍콩대 등 공동연구팀은 이 균에 감염된 사람을 치료해 그 영향을 없앤 상태에서 조사해 결과에 미칠 불확실한 요인을 크게 줄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2003~2012년 사이 위염이나 위산 과다와 역류 등을 치료받은 사람 6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평균 7.5년 동안 위암 발생률 등을 추적 조사했다.
이들은 H파이로리균을 죽이는 항생제 2종을 복용하면서 PPI나 또 다른 계열의 위산 분비 억제제인 'H2차단제' 중 한 종을 택해 치료받았다. 모두 H파이로리균 감염은 완치돼 위암 발생 위험은 현저하게 줄었다.
그런데 연구종료 시점인 2015년까지 조사한 결과 이들 환자 가운데 H2차단제 복용자의 경우 위암 발생 증가와 무관했으나 PPI 복용자의 경우 위암 발생이 증가했으며 복용 기간이 길수록 위암 위험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PPI 복용자는 1주 한두 차례 복용자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이 4.5배 컸다. 또 복용 기간 1년 이상인 경우 5배, 2년 이상은 6배, 3년 이상은 8배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PPI가 원인이 돼 위암이라는 결과를 낳았는지를 밝히는 인과관계를 규명한 것은 아니지만 불확실한 요소를 없앤 대규모 역학조사를 통해 분명한 상관관계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며 파이로리균을 제거한 뒤에도 PPI를 장기 처방하는 것에 의사들이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PPI 제제는 뛰어난 위산분비억제 효과 덕에 주목받았으나 근년 들어 폐렴, 허혈성 뇌졸중 및 심근경색, 골절, 장내 세균 감염 등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면서 무분별하게 장기 복용하는 것을 피하고 꼭 필요한 환자만 복용토록 권장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BMJ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장'(腸; Gut)에 실렸다.[http://gut.bmj.com/content/early/2017/09/18/gutjnl-2017-31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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