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에 규모 6.5 지진 발생하면…재난대응훈련 실시
노심용융 적색비상 상황 가정해 신속한 주민대피 유도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고리원전 인근 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원전 관련 기관은 어떻게 대응할까.
1일 오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앞에서 실시한 2017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내용을 보면 윤곽을 알 수 있다.
이날 훈련에는 고리원자력본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부산시청, 기장군청, 부산지방경찰청, 부산시소방안전본부, 울산해양경찰서 등 11개 기관과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 등 700여 명이 참가했다.
훈련은 고리원전 남서쪽으로 12㎞, 깊이 10㎞ 지점에서 리히터 규모 5.2 지진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서 시작됐다.
고리1호기는 영구정지에 들어갔고 고리 3·4호기·신고리1호기는 계획예방정비 중이다. 2호기와 신고리2호기만 정상 가동 중이다.
2호기 지진계 대표지진값이 0.04g로 나타나자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고리본부는 재난비상 B급을 발령하고 유관기관과 지역주민, 원전직원 등 9천여 명에게 문자메시지로 지진 발생을 전파했다.
고리본부는 부산시와 기장군, 본사에 상황을 보고하고 비상근무자들은 종합상황실로 집결했다.
기장군은 재난 상황 매뉴얼에 따라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에 들어가고 전체 직원의 3분의 1이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동시에 긴급재난문자 전송, 문자전광판·마을방송(128곳)을 통해 주민에게 지진 발생 상황을 전파했다.
고리 1발전소 1호기 기계공작실에서 지진으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이 부여되자 최초 발견자가 주변 소화기로 초기 화재 진압을 시도했다.
이어 고리본부 초동소방대와 자체소방대가 출동했고 고리본부 직원 72명으로 구성된 자위소방대는 건물 내부에서 부상자를 건물 밖으로 구조했다.
제1발전소 화재로 사망자 2명, 부상자 33명이 발생한 상황이 나오자 자위소방대장은 필수 직원을 제외하고 전원 대피지시를 했다.
기장소방서가 도착해 지휘권을 이양받았고 무인방수탑차 등 5대의 소방차를 이용해 화재 진압을 시도했다.
현장에는 기장군 재난현장지원본부와 현장 응급의료소가 설치됐다.
곧이어 화재는 진압됐고 고리본부장인 재난비상대책본부장이 화재 진압 완료를 부산시, 기장군, 기장소방서,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전파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리히터 규모 6.5 지진 발생을 가정한 2차 상황이 부여됐다.
고리2호기는 자동정지시스템이 작동돼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됐다. 비상디젤발전기가 진동으로 고장 나고 송전탑이 붕괴해 모든 전원이 상실되는 상황을 가정해 대응하는 훈련이 이어졌다.
재난비상 A급이 발령됐고 백색비상 발령도 내려졌다.
고리본부는 원안위 등 유관기관에 구두로 보고하고 방사선 비상조직이 발족했다.
울산119화학구조대 다목적굴착기가 긴급 투입돼 이동형발전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복구했고 군부대 헬기는 연료공급을 지원했다.
원자력발전소 내 모든 전원 상실로 터빈 보조급수펌프 운전이 불가능하고 원자로 노심용융이 우려되는 상황을 가정한 적색 비상이 발령됐다.
재난비상대책본부가 방사선비상대책본부로 전환됐다.
대책본부는 원전 반경 5㎞ 이내 21개 마을에 사이렌을 울리고 거리방송으로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알렸다.
주민 500명은 신세계아웃렛매장과 마을집결지에서 대형버스 21대를 타고 일광역으로 모여 열차를 이용해 대피했다.
이동형발전차가 현장에 도착해 전력을 공급하고 이동형펌프차가 출동, 사용후연료저장조에 비상냉각수를 공급했다.
같은 시간 울산119화학구조대와 부산소방본부 특수구조대가 대책본부의 요청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해 방사능에 오염된 부상자 2명을 신속하게 제염하고 병원으로 옮겼다.
발전소에 전원이 복구됐고 비상냉각수도 공급되면서 원전은 안전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것으로 이날 지진대비 훈련은 종료됐다.
테러범이 발전소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도 이어졌다.
윤청로 한수원 품질안전본부장은 "이번 복합재난대응훈련이 사소한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재난대응 체계 완성을 위한 주춧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한수원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에 두고 어떠한 비상상황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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