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건물의 위계, 마지막 글자로 알 수 있습니다"

입력 2017-11-01 16:16
수정 2017-11-01 18:48
"궁궐 건물의 위계, 마지막 글자로 알 수 있습니다"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전당합각재헌루정(殿堂閤閣齋軒樓亭), 여덟 글자에는 건물의 서열, 외형, 용도가 종합적으로 반영돼 있다. 주문처럼 들리는 이 문구를 이해하면 궁궐에 가지 않아도 건물이 보인다."

조선시대 역사 전공자인 홍순민 명지대 교수가 도성에 이어 궁궐에 관한 서적을 출간했다. 출판사 눌와가 펴낸 두 권짜리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이다. 그가 1999년 선보인 '우리 궁궐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 쓰고 500여 장의 사진을 실어 개정판이 아닌 새 책이 됐다.

상권이 궁궐에 대한 개론서라면, 하권은 경복궁·창덕궁·창경궁·경희궁·덕수궁 등 5대 궁궐에 얽힌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궁궐을 잘 관람하고 이해하는 요령을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궁궐 건물의 위계는 마지막 글자로 알 수 있다는 것이 일례다.

그는 '전'(殿)으로 끝나는 건물을 특급 건물로 규정한다. 임금과 왕비, 대비가 공식적으로 쓰는 건물에만 붙는다는 것이다. 경복궁 근정전, 강녕전, 자경전이 이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당'(堂)은 전에 비해서 규모가 조금 작은 건물에 사용됐는데, 창경궁에 나란히 있는 통명전과 양화당을 보면 그 차이가 드러난다. 통명전은 정면 7칸, 양화당은 정면 6칸이다.

저자는 '합'(閤)과 '각'(閣)에 대해서는 "전과 당에 비해 한 등급 낮지만 평범한 건물보다는 격이 높다"며 "합은 주인이 여성이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한다.

이어 "전부터 각까지는 뒤에 하(下)를 붙여서 건물의 주인을 높이는 이인칭 대명사로 썼다"며 "임금은 '전하'(殿下)라고 불렀고, 더 격이 높은 황제는 기단을 오르는 계단인 폐(陛) 자를 사용해 '폐하'라고 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궁궐 구조를 중국 고전에 나오는 규정에 근거해 도식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기능별로 공간을 구획해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임금이 거주한 궁궐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저자는 "존엄을 과시하여 정령(政令)을 내기 위한 곳"이라고 본다. 왕조국가에서 가장 높은 인물이자 지존(至尊)인 임금이 법적 권위와 효력을 갖는 왕명을 하달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는 궁궐이 왕실 가족의 생활 터전이 아니라 정치와 행정의 최고 단계 집행이 이뤄지는 관부(官府)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오늘날 청와대처럼 조선시대 국정의 중심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권 352쪽, 2만2천원. 하권 580쪽, 3만2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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