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월 중순 미주리주 산악지에서 北지도부 모의폭격 훈련"

입력 2017-11-01 15:23
수정 2017-11-01 19:25
"美, 10월 중순 미주리주 산악지에서 北지도부 모의폭격 훈련"

군사항공 블로그 "B-2, B-52 동원…암호화하지 않은 무선통신 통해 '北지도부 사령부' 언급 청취돼"

美공군, B-2 폭격대대 홍보영상 통해 벙커버스터 투하 영상 최초 공개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재래식 폭탄이면서도 기존의 어떤 벙커파괴용 핵폭탄보다도 콘크리트 관통력이 큰 약 14t짜리 최대 벙커버스터인 GBU-57과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미국의 다목적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의 활발한 활동이 최근 부쩍 자주 공개되고 있어 미국의 대북 군사 압박 강화 전략과 관련해 주목된다.



가장 권위 있는 군사항공 웹사이트의 하나로 꼽히는 디애비에이션닷컴에 따르면 10월 중순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선 3대의 B-2를 주축으로 한 모의 야간 폭격 훈련이 실시됐고, 이 과정에서 '북한 지도부'가 언급되는 무선통신이 포착됐다.

이 블로그는 B-2가 GBU-57을 투하하는 영상도 입수, 공개하면서 "아마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화이트맨 기지에서 발진한 B-2가 지난주 말께 태평양 공역으로 비행했다는 미국 매체들의 보도도 이어졌고, B-2가 일본 항공자위대 사열식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태풍 때문에 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불발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B-2 활동의 잦은 공개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 폭격기 B-1B 랜서가 지난 9월 북한 동해 국제 공역에서 무력시위를 한 것에 이은 대북 메시지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B-1B는 한반도 위기 때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국의 단골 전략 무기지만 B-2는 북한이 2009년 제2차 핵실험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인 제3차 핵실험을 2013년 2월 감행함에 따라 한반도 군사 위기가 고조됐을 때 한반도에 전개돼 폭격 연습을 한 것이 처음 확인될 정도로 B-1B보다 예민한 전략 폭격기이다.

당시 B-2는 화이트맨 공군기지를 출발해 공중 급유를 받아가며 한반도까지 약 1만500㎞를 비행, 군산 앞바다 직도 사격장에 훈련탄 8개를 투하하고 복귀했다.

디애비에이션 설립·운영자인 이탈리아 언론인 다비드 켄치오티는 30일 자 블로그에서 지난달 17, 18일(미국 미주리주 현지시간) 밤 B-2와 B-52 폭격기들이 미주리주 전역의 작은 공항들을 가상 목표물로 모의 공습하는 훈련이 실시됐고 이에는 조기경보기 E-3 센트리와 공중 급유기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특이한 점은 항공기간 교신량이 폭증하는 가운데 암호화되지 않은 교신이어서 그 지역에 있는 군용 주파수대 통신 청취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정말 흥미로운" 점은 "북한 지도부 대피 사령부 위치 가능성(a command post possible DPRK leadership relocation site)"라는 말과 함께 위도와 경도 좌표를 불러주는 내용이 포착된 것이다. 해당 좌표는 제퍼슨시 공항의 한 격납고를 가리킨 것이다.

켄치오티에게 이러한 내용을 제보한 미주리주 현지 블로그 독자는 군용 공대공 통신 청취를 취미로 삼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17일 밤 B-2 3대가 공중급유기와 함께 비행하는 것을 항공기 표지등과 섬광등을 보고 식별하고선 무선수신기로 교신 내용을 청취하고 일부 녹음도 했다. 다만 "북한 지도부" 대목은 미처 녹음 준비가 안 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제보한 독자는 "내 생각으론, "산이 많은 미주리주 오자크스 지역의 지형이 북한과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켄치오티는 "이것이 북한 브아이피(a VIP)를 겨냥한 모의 공습 훈련이었을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훈련 상황이 청취 되기 수일 전 이 훈련과 똑같은 호출부호 "밧(BATT)"을 쓰는 3대로 편성된 B-2 폭격기 편대가 미주리주 서남쪽 상공에서 공중 급유를 받는 것이 포착된 사실을 상기시키며 "수개월 간 계획되고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의 수많은 아마추어 무선사들과 항공 취미꾼, 항공기 관측꾼들이 무선통신 청취를 통해 군용기들을 추적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타격 대상으로 'DPRK 지도부'가 명시적으로 언급된 데 대해 실수이거나 의도적일 것으로 추측하면서도 의도에 무게를 실었다.

B-2의 GBU-57 투하 장면을 찍은 영상을 미 공군이 최초로 공개한 것 등과 함께 "B-2가 북한 목표물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 퍼지도록 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켄치오티는 B-2 폭격기가 6m 길이의 GBU-57을 투하하는 영상을 10월 20일 공개하면서 이 무기가 B-2 폭탄 장착실에 장착돼 있거나 B-2 옆에 뉘어 있는 사진은 몇몇 있지만, B-2에서 실제 투하되는 장면을 찍은 영상이 공개된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상은 화이트맨 공군기지에 있는 제509 폭격단이 예하 제393 폭격대대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 9월 6일 공개한 영상 말미에 들어 있다. 393 폭격대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부대이다.

GBU-57은 지하에서 폭발하기 전에 최대 200피트(60m) 두께의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북한의 견고한 지하 핵시설 등을 파괴하는 데 최상의 무기라고 켄치오티는 설명했다.

그러나 군사안보 전문 매체 글로벌시큐리티닷오르그에 따르면, 이 폭탄은 지하 60m까지 관통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콘크리트의 경우 그 강도에 따라 8~60m를 관통할 수 있는 것으로 일부 매체에 보도됐으나,이는 8~60 피트(2.4~ 18m)가 잘못 알려진 것일 것이라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GBU-57은 위성항법장치(GPS) 유도를 통해 정밀 폭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11t짜리 GBU-43B가 낙하산을 달고 투하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B-2 폭격기가 지난 주말 화이트맨 기지에서 태평양사령부 관할 태평양 공역까지 비행한 사실은 미 전략사령부가 10월 30일 공개했다. "동맹국들에 대한 우리 안보공약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짤막한 설명만 붙였다.

밀리터리 닷컴에 따르면, B-2가 태평양까지 비행한 것은 올해 초 호주 공군기지와 합동 훈련 이후 처음이다. 태평양에서 무력 과시 비행은 2013년 한반도에 전개해 폭탄 투하 연습을 한 것이 마지막이다.

군사항공 전문가인 타일러 로고웨이는 30일 더드라이브닷컴에 올린 글에서 10월 28일 2대의 B-2가 화이트맨 기지에서 발진,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를 향하다가 1대는 도중에 돌아가고 나머지 1대는 앤더슨 기지에 도착한 후 29일 매우 일찍 미주리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B-2가 29일 일본에서 열리는 항공자위대 사열식에 참가하려다 태풍 때문에 무산됐다는 아사히 신문의 보도와 맞아떨어진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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