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 미래 놓고 머리 맞댄 한일 명문 사학 총장들

입력 2017-11-01 12:38
대학교육 미래 놓고 머리 맞댄 한일 명문 사학 총장들

고려·연세·게이오·와세다大 총장, 고려대서 '기업가정신' 포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고려대·연세대·게이오(慶應)대·와세다(早稻田)대 등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명문 사립대 총장들이 1일 한자리에 모여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함양하기 위한 미래 교육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염재호(고려대), 김용학(연세대), 하세야마 아키라(長谷山彰·게이오대), 가마타 가오루(鎌田薰·와세다대) 등 4개 대학 총장은 이날 오전 성북구 고려대 캠퍼스에서 열린 '제16회 한일 밀레니엄 포럼'에 모여 열띤 토론을 펼쳤다.

포럼은 이들 대학이 학술·연구 교류 활성화와 미래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2002년 시작됐으며, 이날 토론은 '기업가 정신'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가르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고려대 염 총장은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한국과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 청년 실업 문제가 대두됐다"면서 "21세기의 대학은 지식 기반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배양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려대의 기업 연계 프로그램들을 소개한 뒤 "교수들에겐 논문만 쓰는 게 아니라 산학협력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도 토론·연구·창업 공간을 만들어 대학을 '지식의 놀이동산'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세야마 게이오대 총장은 "거칠게 분류하자면 국립대는 관료·군인·교원 등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고, 사립대는 사회 다양한 분야의 '리더'를 배출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일본은 대기업 경영자조차 박사학위가 없는 경우가 많아 인재들에게 고도의 대학교육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가마타 와세다대 총장은 "세계 전체로 보면 일본은 기업가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라고 보기는 힘들다.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과 연공서열제도 등 때문"이라면서 "학생들이 실제 현실사회를 체험하면서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연세대 김 총장은 "눈에 보이는 '명시적 지식'보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고 체득하는 '묵시적 지식'이 중요해지는 것"이라면서 "똑똑한 인재가 아니라 공감할 줄 아는 '따뜻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기업가정신 교육에서 중요한 한 가지"라고 짚었다.



이들 총장은 양국의 교육·입시 제도와 대학교육의 미래방향에 관해서도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하세야마 총장과 가마타 총장은 "일본에서도 기업가정신 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대학교에서 인문·사회계열이 다소 홀대받고 실제 학과 축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면서 "인문교육은 실용 학문과 달리 평생에 걸쳐 중요하기 때문에 기초교육 과정과 재교육, 평생교육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또 일본에서도 우리나라 '학생부종합전형'처럼 고교 생활기록부와 토론·면접 위주의 입시전형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살피는 입시전형이 다양하게 필요하다는 측면에 공감했다.

총장들의 토론에 이어 오후에는 4개 대학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모여 양국 정치·사회·경제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발표 및 토론을 펼친다.

염 총장은 총장 포럼을 마치면서 "4개 대학이 긴밀하게 교류하면 양국 사회에도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학생 교류 프로그램이나 공동교과목 개설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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