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시간 천하' 카탈루냐공화국 도피지도부의 운명은
모순된 행보에 사면초가…조기선거 집중해도 복권 어려울듯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카탈루냐 자치정부 지도부가 벨기에에서 행정부를 계속 이끌겠다고 밝혔으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카탈루냐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직후 해임되고, 중앙정부 직접통치가 시작된 첫날 피신한 지도부의 영향력이 어디까지일지도 관심이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수반은 3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EU 심장부에서 카탈루냐가 당면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 왔다"고 말했으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푸지데몬 전 수반이 유럽에서 우호세력을 결집하기 어려울 것이며 브뤼셀 체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태가 꼬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독립선언 후 지방자치선거 참여한다는 푸지데몬
영국 더 타임스는 1일 푸지데몬 전 수반이 자신을 왜곡된 시스템의 정치적 희생양임을 부각하며 EU의 지지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푸지데몬 전 수반은 벨기에에서 EU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자신을 지지해줄 우호 세력을 찾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에게 동조하는 세력은 많지 않다.
벨기에 정부는 푸지데몬 전 수반에게 망명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도 그가 브뤼셀로 오는데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고, 벨기에 북부 플라망어 분리주의 정당도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유럽 안팎에서는 오히려 법적 타당성을 앞세운 스페인 정부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스페인 정부의 이 같은 우위는 푸지데몬 전 수반의 말과 행동이 모순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전날 브뤼셀에서 자신이 여전히 카탈루냐 행정부를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스페인 중앙정부가 계획한 12월 지방자치의회 조기선거에 참여하고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독립을 선언해 그 나라 행정부 수반을 자처하면서 중앙정부의 통치를 따르겠다는 모순된 입장에 지지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 '셀프 유배'는 언제까지? 쉽지않은 조기선거 예고
푸지데몬 전 수반이 언제까지 브뤼셀에 머무를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가 도피 생활을 지속하는 한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가 스페인 법정의 소환에 계속 응하지 않은 채 본국 송환을 피할 목적으로 정치 망명을 신청한다면 체류기간은 더 길어진다.
이 경우 망명신청 단계부터 소용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고 스페인과 벨기에 정부의 외교분쟁까지 촉발할 수 있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현재 푸지데몬 전 수반이 언제까지 벨기에에 체류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체류기간과 관련, 일각에서는 푸지데몬 전 수반이 '물 프리트(Moules-frites·감자튀김과 홍합 요리를 뜻하는 벨기에의 대표적인 음식)'를 서빙하는 자리에 취직했다는 우스갯소리 마저 나오고 있다.
다만, 푸지데몬 전 수반이 어디에 체류하든지 다음 달 예정된 조기 선거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EU에서 한 기자회견을 통해 "온 힘을 다해 선거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선거를 앞두고 분리독립을 지지 정당들이 연합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처럼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아 국민투표를 치르기를 바라는 중도 성향의 정당과 당장 독립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급진 정당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푸지데몬 전 수반이 이들의 통합을 끌어내려 한다 해도 상황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카탈루냐 연립정권에 참여한 급진좌파 성향 정당인 민중연합후보당(CUP)이 이미 다른 독립지지 정당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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