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년전 변방 화가의 조선통신사 사행길 10개월
세계기록유산 등재 맞춰 소설 '유마도'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1763년 10월, 지금의 부산인 동래부의 장관청에서 병사·병기 관리 일을 하던 변박(卞璞)이 사행길에 오른다. 조선통신사 사행선의 기선장 자격이었다.
지난달 3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통신사 기록물에는 묵매도(墨梅圖)·송하호도(松下虎圖)·왜관도(倭館圖) 등 변박이 그린 그림 세 점이 포함돼 있다. 지방 관청의 말단 직원은 어떻게 조선통신사에 합류하고 그림까지 남겼을까.
조선통신사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때맞춰 변박의 일본 사행길을 되살린 소설이 나왔다. 지은이는 한일공동 등재 추진위원회에서 한국측 학술위원장을 맡은 강남주(78)씨. 부경대 총장을 지낸 그는 1974년 시인으로, 2013년 계간 문예연구에 신인소설상에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한 작가다.
"그림 솜씨가 뛰어나다고 들었다." 소설 '유마도'(산지니)는 동래부사 조엄이 변박을 불러 시화를 선보이게 하면서 시작한다. 변박은 궁중 도화원 출신이 아니어서 조선통신사 공식 화원으로 선발되지는 못했지만 그를 눈여겨 본 조엄의 발탁으로 일본에 다녀온다. 소설은 1764년 8월까지 10개월간 조선통신사의 일정을 따라가며 변박의 예술혼과 양국 문화교류의 음양을 고르게 비춘다.
작가는 변박의 그림 유마도(柳馬圖)가 일본 시코쿠(四國)섬의 사찰 호넨지(法然寺)에서 발견됐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삶을 추적했다. 버드나무 아래 있는 말을 그린 그림이었다. 호넨지에 가서 직접 확인한 결과 당초 알려진 이름 유하마도(柳下馬圖)가 잘못됐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소설을 쓰면서 다시금 깨친 것이 있습니다. 평화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엄중한 사실이 그것입니다. 임진왜란을 겪은 뒤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오가는 200년 이상 조선과 일본에는 전쟁이 없었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황파를 헤치면서 수많은 목숨을 희생시켜야 했고, 결코 방심하지 않고 평화의 터전을 다듬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초월해서 지금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나침반은 아닐까 생각하게 했습니다." 264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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