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독립 좌절' 쿠르드족 자치권도 바짝 위협(종합)

입력 2017-10-31 21:09
이라크, '독립 좌절' 쿠르드족 자치권도 바짝 위협(종합)

독립투표 후폭풍…이라크-터키 국경 이라크군 통제

(이스탄불·테헤란=연합뉴스) 하채림 강훈상 특파원 =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한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KRG)가 가혹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국제 사회가 KRG의 독립 추진을 철저히 외면한 데 힘입어 KRG의 자치권까지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KRG는 2003년 미국에 합세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퇴출하는 데 기여한 공으로 2005년 공식적인 자치권을 얻었다.

이후 이슬람국가(IS) 사태에서 치른 희생을 발판으로 자치 지역을 늘려가면서 최고 수준의 자치권을 누린 KRG는 중앙정부의 강력 드라이브에 속수무책이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31일 앙카라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라크 북부와 터키 사이의 국경 검문소가 이라크 중앙정부의 수중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터키와 이라크의 국경선은 쿠르드자치지역의 2개주(도후크, 아르빌)에 모두 속해 그간 국경검문소를 KRG의 군조직 페슈메르가가 관리했다.

이을드름 총리는 "이제 터키군과 이라크군이 각각 자국 영토 쪽에서 국경을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과 터키 사이의 유일한 국경검문소인 이브라힘 칼릴에 이라크군과 터키군이 배치됐다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KRG 측은 "이라크군 참모총장과 그의 경호병력 30명이 터키를 방문하면서 이브라힘 칼릴 국경검문소를 이용했을 뿐 여전히 KRG가 통제한다"면서 "아직 중앙정부와 KRG가 국경에 정부군을 배치하는 문제를 합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26일 앙카라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국경 통제권을 이라크 중앙정부가 갖는 데 합의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전날 "KRG의 페슈메르가는 중앙정부가 통제해야 한다"면서 KRG의 근간인 군조직의 통수권도 박탈하겠다고 말했다.

알아바디 총리는 "KRG가 페슈메르가 통수권을 유지하려면 규모를 줄여야 하고 그 비용도 자체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IS 격퇴전에서 큰 공을 세웠던 페슈메르가의 유지 비용은 중앙정부 부담이었다.

그러면서 "이라크와 통하는 모든 국경은 중앙정부가 독점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라크 중앙정부는 16∼20일 시아파 민병대와 공동 작전을 펴 KRG가 관할하던 유전지대 키르쿠크 주에서 페슈메르가를 몰아냈다.

시아파 민병대는 피시 카부르, 신자르 등 쿠르드 자치지역의 경계와 가까운 이라크 북부 국경지대에서 페슈메르가와 산발적인 전투를 벌였다.

터키와 마찬가지로 쿠르드 자치지역 술라이마니야 주와 맞닿은 이란도 30일 "며칠 안으로 국경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KRG가 독립투표를 강행하자 투표 당일 국경을 폐쇄하고 쿠르드 자치지역을 운항하는 항공편도 중단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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