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지면 어떡하죠?'…꺼지지 않는 평창 성화봉의 비밀

입력 2017-11-01 09:59
수정 2017-11-01 10:47
'불 꺼지면 어떡하죠?'…꺼지지 않는 평창 성화봉의 비밀

성화봉송 동안 성화봉 요원·안전램프 함께 이동



(인천=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안전램프의 불꽃은 잠들지 않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가 마침내 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으면서 본격적인 성화봉송 대장정이 시작됐다.

지난달 24일 그리스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평창 불꽃'은 그리스 전역을 먼저 돌고 나서 지난달 31일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성조 대한체육회 부회장,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피겨퀸' 김연아 등으로 구성된 성화 인수단에 인계됐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발한 성화 인수단은 '평창 불꽃'을 안전램프에 담아 전세기를 타고 평창올림픽 개막 G-100일인 이날 오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올림픽의 시작을 알렸다.

'평창 불꽃'이 도착하면서 101일 동안 2천18㎞를 달리는 '성화봉송 대장정'도 인천대교에서 송도까지 이어지는 첫 구간을 신호탄으로 시작됐다.

성화봉송을 지켜보는 스포츠팬들의 가장 큰 궁금증 중의 하나가 바로 '성화가 꺼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것이다.

역대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도 천재지변과 각종 사고로 성화가 꺼지는 사태가 종종 발생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에 따르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성화봉송 도중 불꽃이 꺼진 횟수가 최소 44회라고 보도했다.

특히 2013년 10월 크렘린 궁 내 성화봉송 행사에서는 성화가 강풍에 꺼지자 경호를 서고 있던 연방경호국 요원이 다가가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성화봉송 때는 성화 탈취 시도가 벌어졌고, 성화를 보려고 갑자기 몰려든 인파 때문에 성화를 일부러 끄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런 사건사고에 대비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화봉의 성능이다. 어떤 기상환경에도 불꽃이 유지되도록 성화봉을 제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조직위가 준비한 성화봉은 총 8천540개다. 7천500명의 주자가 뛰지만, 고장 등에 대비해 넉넉하게 준비했다.

평창올림픽 성화봉의 모토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강풍과 폭설 등 날씨를 고려해 다양한 환경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꽃을 유지하도록 제작됐다.

4개의 분리된 격벽으로 만들어진 성화봉은 바람이 불면 불꽃이 격벽 반대 방향의 산소원 쪽으로 이동하게 돼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또 성화봉 상단의 우산형 캡은 빗물이 버너시스템 외부로 배출돼 폭우와 폭설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만들어졌다.

성화봉의 높이는 700㎜다. 이는 개최지 평창의 해발고도 700m를 상징한다. 무게는 1.3㎏이며 재질은 상단은 철, 나머지는 알루미늄으로 구성됐다.

'꺼지지 않는 불꽃'을 모토로 만들어졌지만 조직위는 성화가 꺼지는 만일의 사태에도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

성화 주자 곁에는 항상 성화봉 전문가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서 계속 성화봉의 상태를 주시하고 점검한다. 혹시나 연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불꽃이 모양이 이상해지면 재빠르게 수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성화 꺼짐'에 대비해 성화봉송 대열의 뒤에는 미니버스가 '예비용 불꽃 램프'를 싣고 함께 이동한다. 성화가 꺼지면 곧바로 그리스에서 봉송해온 '평창 불꽃'으로 다시 붙여 봉송 레이스가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한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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