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부터 구조까지 일사불란…초등생들이 기획한 재난훈련

입력 2017-10-31 16:59
대피부터 구조까지 일사불란…초등생들이 기획한 재난훈련

보은 동광초 규모6 지진 대비 상황훈련…학생들이 직접 시나리오 짜 대피훈련

(보은=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속리산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학생과 교직원들은 신속하게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31일 오후 2시 충북 보은군 동광초등학교에 지진 발생을 알리는 경보음과 함께 다급한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각 교실에 재난 방송이 나가자 학생과 교직원은 진행 중이던 수업을 멈추고 재빨리 책상 밑으로 들어가 머리를 감쌌다.

진앙은 보은읍 동광초등학교에서 10㎞ 떨어진 속리산 지역이었다. 진앙과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여진에 의한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교직원과 학생들은 가방을 뒤집어쓰고 경광봉을 흔드는 안전유도팀에 안내에 따라 가방을 뒤집어쓰고 차례로 대피했다.

3분 뒤 진도 5.5 규모의 여진이 이어지자 학교 본관 건물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학생들은 큰 소리로 화재 발생 상황을 알린 후 젖은 수건으로 입을 막고 낮은 자세로 신속하게 대피했다.



동광초 학생·교직원 6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사천리로 이뤄진 이날 지진 대피훈련은 이 학교 학생들이 직접 쓴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졌다.

학생들은 지난달 25일부터 5주일간 매뉴얼 작성, 안전대피 지도 만들기 등을 하며 재난안전 대피훈련을 준비했다.

이날 훈련에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대피한 뒤 지진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 부상자 구조·이송까지 걸린 시간은 15분에 불과했다.

이날 훈련은 보은 소방서와 경찰서, 보건소, 군청 공무원도 학생들의 대피를 지원했다.

교사들도 학생들이 쓴 시나리오에 맞춰 대피와 화재 초기 진압, 부상자 응급 처리 등에 나서는 등 훈련에 동참했다.

이날 훈련에서 상황실 요원 역할을 한 박규민(12·여)양은 "선생님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저희가 시나리오를 직접 짜보니 실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많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성남 동광초 안전담당 교사는 "학생들이 재난 대피훈련 각본을 직접 쓰고 훈련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안전 의식이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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