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트럼프측 공모 '몸통'인가…특검, 매너포트 1호 기소 왜?
친러 우크라이나 집권당 로비스트→트럼프 캠프 좌장맡아 러'와 대선공모 의혹
FBI 2014년부터 매너포트 합법적 감청… "러'에 대선지원 요청 정황"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캠프 좌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가 30일(현지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킹메이커'라는 명성을 얻으며 지난해 3월 캠프에 합류한 뒤 넉 달여 선대본부장을 맡아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주자로 만드는 데 기여했던 매너포트는 지난주 연방대배심에 의해 공식 기소된 뒤 이날 특검에 출두해 조사받았다.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대선캠프 간의 공모 및 트럼프 대통령 측의 사법방해 의혹, 즉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첫 기소다. 이날 연방법원의 판단에 따라 그는 구속될 수도 있다.
매너포트는 제럴드 포드와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부시, 밥 돌 등 공화당 여러 대통령 후보의 캠프를 맡아 이끌었던 워싱턴 정가의 대표적 정치 로비스트이자 컨설턴트다.
그는 지난해 3월 28일 트럼프 캠프에 참여해 5월 19일 선대본부장으로 일약 발탁됐다. 그러나 친(親)러시아 성향 우크라이나 집권당으로부터 1천270만 달러의 현금을 수수한 사실이 폭로돼 8월 17일 결국 옷을 벗었다.
뮬러 특검의 1호 기소 대상자가 된 매너포트의 주요 혐의는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캠프 간 공모를 위한 불법적 해외로비 활동과 돈세탁, 세법 위반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매너포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측 인사의 지난해 6월 9일 '트럼프 타워' 회동에 참석한 사실로 주목받았다. 이 회동은 러시아 정부와 끈을 가진 여성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해 성사된 자리다.
특검은 이 자리에서 양측 간 공모가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 수사의 칼날이 매너포트에게 그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에게까지 겨눠질 것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어 한 달 뒤 그는 러시아 기업인이자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회사 루살의 회장인 올레크 데리파스카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선 캠페인에 관한 사적인 브리핑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데리파스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인사이다. 당시 매너포트는 데리파스카에게 연간 1천만 달러(112억 원)를 받고 고용된 상태였다.
비슷한 시기 매너포트는 우크라이나의 친(親)러시아 집권당에 의해 고용돼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를 대통령이 되도록 도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법원의 영장을 받아 우크라이나로부터 고용된 매너포트를 2014년부터 줄곧 감청해왔다. 트럼프 캠프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인 셈이다. FBI가 수집한 대화 내용에는 매너포트가 러시아 측에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정황이 담겨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뮬러 특검이 지난 5월 17일 발족한 뒤 그는 언론에 의해 '러시아 스캔들'의 명실상부한 '몸통'으로 부각됐다. 7월 20일 그가 돈세탁 혐의로 뮬러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왔으며, 엿새 후 특검이 버지니아 주 그의 자택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미 연방대배심은 지난 27일 그를 기소했다. 매너포트는 기소 사흘만인 30일 특검에 출두한 데 이어 워싱턴 DC 연방법정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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