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의 글쓰기는 바다생명체에서 시작됐다

입력 2017-10-31 07:30
수정 2017-10-31 08:48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의 글쓰기는 바다생명체에서 시작됐다

카슨의 첫 책 '바닷바람을 맞으며'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환경보호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레이첼 카슨(1907-1964)은 1962년 발표한 '침묵의 봄'으로 세계 환경보호운동사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침묵의 봄'은 당시 '기적의 살충제'로 불리던 DDT 등 화학 살충제가 실제로는 생태계를 참혹하게 파괴한다는 점을 생생하게 고발해 이후 환경운동의 패러다임이 일대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해양생물학자였던 카슨이 처음 관심을 기울인 것은 바다 생명체였다. 카슨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던 1936년 미국 어업국으로부터 해양 생태 관련 브로슈어의 서문을 청탁받고 원고를 썼다. 이 원고는 브로슈어에 실리지 못했지만 대신 1937년 9월 미국 잡지 '애슬래틱 먼슬리'에 '해저'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신간 '바닷바람을 맞으며'(에코리브르 펴냄)는 4쪽 분량의 기사였던 '해저'에서 발전한 카슨의 첫 책이다.

카슨의 글은 시적인 산문과 과학적 지식을 독특하게 결합했다는 평을 받는다. 카슨의 전기 작가인 린다 리어는 "카슨은 과학자이자 시인의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이 발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매혹된 작가"로 표현한다.

이 책 역시 해안과 넓은 바다, 해저,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들을 주인공으로 생명체의 삶과 죽음을 서정적으로 그려내면서도 과학적 정확성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1부 '바다의 가장자리'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 해변 생태계, 2부 '갈매기의 길'은 넓은 바다 위, 3부 '강과 바다'는 바다의 깊은 심연을 배경으로 한다. 바닷새와 고등어 '스콤버', 뱀장어 '앤귈라'라는 각 부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확장된다.

린다 리어는 "이 책은 살아남고 번식하기 위해 분투하는 각각의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며 "격렬한 투쟁에 입각한 다윈주의적 결정론이 아니라 기회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미 '침묵의 봄'과 '센스 오브 원더' 등 카슨의 책을 펴낸 출판사 에코리브르는 레이첼 카슨 전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와 함께 '바다 3부작'으로 불리는 '우리를 둘러싼 바다'와 '바다의 가장자리', 그리고 카슨의 유고집 '잃어버린 숲'이 출간될 예정이다. 하워드 프레치 그림. 김은령 옮김. 24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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