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 믿었지만…김재호와 양의지, 4차전도 침묵

입력 2017-10-29 17:44
김태형 감독 믿었지만…김재호와 양의지, 4차전도 침묵

김재호, 2타수 무안타에 수비에서 결정적 실책

양의지는 1∼4차전 합계 13타수 무안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때로는 야구가 한없이 잔혹하다. 하필이면 부진으로, 부상으로 마음에 짐을 한가득 안고서 그라운드에 버티고 선 선수 앞에서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난다.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32) 앞에서 땅볼 타구 방향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 두산은 패배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걸 예감했다.

두산 베어스가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데는 김재호의 역할이 컸다.

김재호는 두산 수비를 야전 사령관으로 진두지휘하며 '철벽 수비'를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 선수다.

그러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호는 지독하게 부진하다. 시즌 막판 경기 도중 어깨를 심하게 다쳤던 김재호는 완전히 낫지 않았음에도 출전을 강행했다.

1차전 선발에서 빠졌던 김재호는 2차전부터 선발로 자리를 지킨다. 타격 성적은 7타수 무안타. 실책도 하나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그래도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 김재호를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투입했다. "해줄 선수가 해줘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정규시즌 2위로 '언더독'인 두산은 주전 선수가 제 몫을 해줘야 KIA 타이거즈와 상대해볼 만하다.

결과적으로 김재호는 4차전에서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탓인지 타석에서는 제 스윙을 하지 못했고, 수비 역시 불안했다.

3회 첫 타석에서 체크 스윙으로 투수 땅볼로 아웃된 김재호는 5회 무사 1루에서 맥없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더욱 아쉬운 상황은 0-2로 끌려가던 7회 초 수비에서 벌어졌다.

2사 1, 2루에서 두산 불펜투수 함덕주는 김주찬으로부터 내야 땅볼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유격수 정면으로 향한 타구라 모두가 마음속으로 이닝 교대를 준비했을 때, 갑자기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를 일으켰다.

김재호는 이를 잡지 못해 공을 뒤로 흘렸고, 그 사이 2루 주자가 홈을 밟아 0-4로 점수가 벌어졌다.

흔들린 함덕주는 로저 버나디나에게까지 또 적시타를 내준 뒤에야 이닝을 마쳤다.

고개 숙인 채 더그아웃에 돌아온 김재호는 7회 말 타석에서 대타 박세혁으로 교체됐다.

주전 포수 양의지도 김재호와 상황이 비슷하다.



허리 통증 때문에 1차전에 지명타자로 나섰던 양의지는 2차전부터 선발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킨다.

2차전 8회 말 결정적인 런다운 상황에서 판단 착오로 결승점을 내줬고, 타석에서는 3경기 9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김 감독은 4차전에도 양의지에게 안방을 맡겼다.

하지만 양의지의 방망이는 4차전에도 4타수 무안타로 감을 찾지 못했다.

4차전을 1-5로 내준 두산은 1승 3패로 벼랑에 몰렸다. 역대 한국시리즈 1승 3패에서 역전 우승에 성공한 건 2013년 삼성 라이온즈가 유일하다. 당시 상대는 두산이었다.

"김재호와 양의지가 해줘야 우리 팀은 살아난다"는 김 감독의 말은 정답이다. 하지만 제 컨디션이 아닌 선수를 단기전에서 한없이 믿을 수만도 없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5차전, 두산과 김 감독의 선택이 주목된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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