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샘 자극하는 따뜻한 가족영화…'채비' '내게 남은 사랑을'

입력 2017-10-29 14:50
수정 2017-10-29 18:00
눈물샘 자극하는 따뜻한 가족영화…'채비' '내게 남은 사랑을'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액션과 스릴러 등 자극적인 장르가 주를 이루는 극장가에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줄 가족영화 두 편이 관객을 찾아간다. 두 작품 모두 죽음과 이별을 소재로 눈물샘을 자극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영화다.

내달 9일 개봉하는 '채비'는 서른 살 발달장애 아들을 둔 엄마의 애틋한 모정을 담은 영화다. 뇌종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애순이 발달장애 아들 인규와의 이별을 준비하면서 아들의 홀로서기를 돕는 과정을 그린다.

애순은 젊은 시절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홀로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 인규와 딸 문경을 키워왔다. 서른이 된 인규는 면도하는 것부터 하루 세끼 챙겨 먹는 것까지 일일이 챙겨줘야 하는 일곱 살 아이 같은 자식.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사고뭉치지만, 애순이 힘들 때마다 춤과 노래로 웃음을 안겨주는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평생 인규와 함께 살 것 같았던 애순은 어느 날 병원에서 뇌종양 진단을 받고 인규와의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밥하고 청소하는 것부터 제빵 기술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가르치며 인규의 홀로서기를 돕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죽음의 의미를 알려주는 것이다.

애순은 인규에게 영원한 이별을 알려주기 위해 얼마 살지 못할 병아리를 사 오기도 하고 인규를 장례식장에 데려가기도 한다.

애순이 사온 병아리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닭이 되어 인규가 홀로된 뒤에도 그의 곁을 지키면서 죽음뿐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예상 가능한 스토리임에도 관객이 극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 덕분이다.

억척스럽고 강인한 엄마 애심 역을 맡은 고두심은 모자란 아들을 두고 떠나보내야 하는 엄마의 애틋한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하면서 눈물샘을 자극한다. 인규 역을 맡은 김성균도 아이 같은 해맑은 모습의 발달장애인 캐릭터 연기를 모자람 없이 소화해낸다.

맏딸 문경 역을 맡은 유선의 연기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늘 동생만 바라보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을 지닌 채 살아온 문경이 엄마와 갈등하고 화해하는 이야기가 극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룬다.

'채비'가 어머니의 사랑을 그렸다면, 내달 2일 개봉하는 '내게 남은 사랑을'은 아버지의 사랑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가족을 돌볼 틈 없이 매일 회사 일에 치이는 가장 봉용, 매일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 불쌍하기도 하지만 원망스러움에 늘 잔소리를 내뱉는 아내 화연, 음악은 무조건 안 된다며 반대하는 아버지와 늘 티격태격하는 가수지망생 딸 달님과 아들 우주, 아빠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늦둥이 딸 별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가족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가장인 봉용이 대장암 말기를 선고받고 죽음을 준비하면서 소통하지 못하던 가족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아주 평범하고 진부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채비'에서 병아리가 어머니의 사랑을 상징한다면 이 작품에서는 식탁이 아버지의 사랑을 상징하는 소재로 등장한다. 아버지가 떠나기 전 손수 만든 식탁에 남은 가족들이 둘러앉아 식사하며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는 마지막 장면은 따뜻한 감동을 전하며 관객의 눈시울을 적신다.

무뚝뚝하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봉용 역을 맡은 성지루의 연기가 돋보인다. 걸그룹 '포미닛' 출신의 권소현이 가수지망생인 달님 역을 맡아 극 속에서도 노래 실력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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