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스페인…'카탈루냐 사태' 다루는 언론도 극과 극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스페인 카탈루냐 사태가 독립을 시도하는 자치정부와 통합을 유지하려는 중앙정부 간 강 대 강 대결로 치닫는 가운데 현지 언론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안목으로 이 문제를 다뤄 분열된 스페인의 현주소를 대변했다.
독일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가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언론 보도를 종합한 기사에 따르면, 대체로 스페인 주류언론들은 중앙정부가 카탈루냐 지방정부 자치권을 박탈한 것을 지지했지만 몇몇 다른 언론은 새로운 "카탈루냐 공화국"을 반기며 독립 선포에 찬성했다.
온건한 카탈루냐 민족주의와 스페인 통합주의 시각을 혼용한다는 평가가 있는 일간 라방과르디아는 카탈루냐 독립 선포에 맞서 자치권을 박탈하고 12월 21일 조기 지방선거를 선포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결정에 갈채를 보낸다"고 썼다.
이 매체는 선거만이 꼬일 대로 꼬인 카탈루냐 정황을 푸는 최선의 방책으로 보인다고 이미 수차례 지적했다면서 "우리는 그 견해를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독립을 원하는 시민 저항을 촉구하며 정면 대응에 나선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에 대해서는 "통합주의자들의 의지를 계속해서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힐난했다.
좌파 성향 전국지 엘파이스는 푸지데몬 수반이 조기 지방선거를 선언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다면서 라호이 총리가 선언한 카탈루냐 의회 해산과 조기 지방선거는 푸지데몬 수반이 내놓았어야 할 카드였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특히 스페인 민주주의에 닥친 40년래 최대 헌정 위기라고도 현 상황을 평가한 뒤 스페인 민주주의가 모두의 지지 아래 퍼져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우파 성향 전국지 엘문도는 1934년 10월 카탈루냐 정부가 독립을 선포하고 나서 스페인 내전이 벌어졌음을 회고하며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엘문도는 다만, "우린 불확실한 지방선거 절차에 대한 의심을 숨기지 않는다"면서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중앙정부를 향해서도 절제를 당부했다.
이에 비해 카탈루냐 언어를 쓰는 일간 엘푼트아부이는 카탈루냐 독립 선포를 환영하는 시민들의 환한 모습을 1면에 싣고, 사설을 통해 유럽연합(EU)과 대다수 EU 회원국, 그리고 미국이 스페인 정부와 연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평화적 해법을 찾으라고 스페인 정부에 촉구한 사실을 함께 적시했다.
옛 바스크 지역 좌파 민족주의 신문 에힌을 잇는 가라 역시 카탈루냐 공화국 선포를 대서특필하며 크게 환영하고 "모든 이는 앞으로 닥칠 상황의 엄중함을 잘 안다"면서 카탈루냐인들에 전쟁을 선포한 스페인 정부를 무자비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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