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 10명 중 7명 "美 정치적 분열 '베트남 전쟁' 때 수준'"
WP-메릴랜드大 공동 여론조사 "트럼프 재임 9개월에 대한 비관·불신 보여줘"
"지난 대선 적법하게 치러지지 않아" 42%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민 10명 중 7명은 지금 미국이 처한 정치적 분열이 베트남 전쟁 당시만큼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는 한 조사결과가 28일(현지시간) 나왔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 메릴랜드 대학이 공동실시해 이날 발표한 '트럼프 재임 9개월에 대한 미국인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분열상이 적어도 베트남 전쟁 때 만큼 크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70%, '그렇지 않다'가 27%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연령층별로는 베트남 전쟁 세대인 65세 이상의 장년층에서 '그렇다'는 답변이 77%로 높게 조사됐다.
WP는 이 문항과 관련, "미국의 정치사에서 저항과 불안, 암흑의 시대로 기록된 베트남 전쟁 때에 견주어 미국민의 인식을 파악해본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정치권의 갈등이 기존 양당제에 비춰 비슷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더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답이 71%로 '비슷하다'(29%)는 답을 압도했다.
31%는 '일시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대답한 반면, '위험한 상황이 트럼프 시대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자리 잡았다'는 응답도 39%나 됐다.
행정부와 의회에 대한 불신도는 각각 70%, 80%로 나왔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 문항에서는 '도덕성과 정직성 면에서 훌륭하다'는 답변은 14%에 불과,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또한, 상하원 의원들이 가치관에 따라 정책을 입안한다는 답은 12%에 그친 가운데 응답자의 87%는 '당선에 필요한 건 뭐든지 한다'고 답했다.
'미국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답변도 36%로, 3년 전(18%)에 비해 크게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내에서도 25%는 '맘에 들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지난 대선이 적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는 답변도 42%나 됐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선출 당시의 조사에서 같은 응답이 14%에 그쳤던 데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로, 특히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에서는 3분의 2가 지난 대선이 적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당 신뢰도는 민주당이 56%로, 공화당(43%)보다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의 정치적 관점을 대변한다는 답은 39%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천66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휴대·집 전화를 통한 면접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오차범위는 ±3.5%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은 건강보험, 세금, 이민 등 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정적 및 언론과의 싸움으로 큰 분쟁의 출발점이었다"며 "이번 조사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떠들썩한 지난 9개월에 대한 미국민의 비관적 인식과 불신 고조, 자긍심 저하를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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