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로 차근차근 압박한 KIA…번트 대신 강공 택한 두산
KIA 보내기 번트 후 적시타로 초반 2득점 유리한 흐름
두산, 8회 무사 1, 2루 추격 기회서 번트 대신 강공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서울 잠실구장에서 KIA 타이거즈의 6-3 승리로 끝난 28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의 승부처는 두산 베어스의 8회 말 공격이었다.
7회까지 88개의 공으로 두산 타선을 2점으로 틀어막던 KIA 선발 팻 딘이 4-2로 앞선 8회 선두 민병헌에게 안타를 내준 뒤 후속 오재원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양 팀 더그아웃은 바빠졌다.
KIA의 계투책에 맞서 두산이 어떻게 점수를 뽑을까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김기태 KIA 감독은 무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우타자 박건우를 막고자 베테랑 중의 베테랑 임창용을 투입했다.
박건우는 초구부터 번트 동작을 취했다. 그러다가 여차하면 강공으로 전환하는 번트 앤드 슬래시로 공 3개를 버렸다. 1개는 볼, 2개는 파울이었다.
번트를 댈 수 없는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가 되자 임창용이 한결 편해졌다. 주자를 묶어둔 채 박건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았다.
4∼5번 김재환, 오재일 두 좌타 거포로 이어지는 찬스에서 4-4 동점을 만들기 위한 보내기 번트냐, 8회 말 더 많은 점수를 뽑아 전세를 완전히 뒤집기 위한 강공이냐를 두고 김태형 두산 감독의 머리는 복잡했을 것이다.
김 감독이 번트 사인을 냈으나 박건우가 이를 놓친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강공이었는지는 KIA와의 한바탕 전쟁이 끝난 뒤 '후일담'으로 세상에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보내기 번트로 1사 2, 3루 기회를 열었다면 KIA 왼손 심동섭과 두산 좌타자의 대결로 압축됐을 터다.
이러면 포스트시즌 경험이 적은 심동섭을 압박하는 전략을 펼 수도 있었다.
김재환의 우전 적시타로 3-4로 따라붙은 두산은 1사 1, 3루 기회를 계속 이어갔지만, 한창 타격감각 좋던 오재일이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면서 불안해졌다.
KIA는 이어진 2사 1, 3루에서 마무리 김세현을 올려 양의지를 뜬공으로 요리하고 최대 고비를 넘었다.
마치 지난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김기태 KIA 감독이 3-5로 뒤진 8회 무사 1, 2루에서 보내기 번트를 대지 않고 안치홍에게 강공을 지시했다가 병살타로 찬스를 놓친 뒤 "이기려고 강공을 폈다"는 대목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KIA는 3차전에선 초반부터 착실한 보내기 번트 작전으로 점수를 쌓았다.
3회 무사 1루에서 김호령의 보내기 번트로 2사 2루를 만들고, 이명기의 좌선상 2루타로 선취점을 뺐다.
3-1이던 5회에도 2루타를 치고 나간 이명기를 김주찬이 완벽한 희생 번트로 3루에 보냈다. 로저 버나디나의 우전 적시타가 나와 4점째를 뽑았다.
4-3으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9회 김기태 감독은 승리에 필요한 1점을 얻고자 무사 1루에서 보내기 번트로 두산 마운드를 계속 몰아붙였다.
결국, 2사 3루에서 구원 등판한 김강률은 대타 나지완에게 쐐기 투런포를 얻어맞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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