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내리는 순간 배 기우뚱…기관실로 바닷물 쏟아지며 뒤집혀"

입력 2017-10-28 10:42
"닻 내리는 순간 배 기우뚱…기관실로 바닷물 쏟아지며 뒤집혀"

가거도 사고 어선에서 구조된 선원 4명 당시 상황 밝혀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그물을 걷어 올리고 닻을 내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배가 기울었어요."

지난 27일 밤 전남 신안군 가거도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에서 구조된 선원 4명이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오모(52)씨 등 선원 6명은 갑판에서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었다.

선장 한모(69)씨는 조타실에, 조리장 박모(57)씨는 취사실에서 묵묵히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파고도 0.5m 안팎으로 잔잔하고 해무도 거의 끼지 않은 평온한 밤이었다.

그물을 모두 수거한 선원들은 이제 닻을 내리고 휴식을 취할 참이었다.

그러나 닻을 내리는(투묘) 과정에서 갑자기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고 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물이 차면서 배가 순식간에 뒤집혔고 갑판에 있던 선원들은 구명조끼를 챙겨 입을 새도 없이 그대로 바닷물에 빠졌다.

조타실과 취사실에 있던 한씨와 박씨는 미처 배 안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했다.

이때 인근을 지나던 어선이 뒤집힌 9.77t급 어선 J호를 목격하고 다가갔다.

이 어선은 J호 근처에서 표류하는 선원 4명을 발견하고 구조했다.

구조된 선원들은 젖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바다에 2명이, 배 안에 2명이 더 있다고 호소했으나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다른 선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J호 선원 4명을 구조한 어선은 이날 오후 9시 43분께 해경 상황실에 "전방에 어선이 전복됐고 2명은 선내에 있고 2명은 표류 중이다. 4명은 구조됐다"고 신고했다.

신고 50여분만인 10시 30분께 300t급 해경 경비함이 현장에 먼저 도착했고 구조된 선원들을 옮겨 태웠다.

담요와 따뜻한 물을 제공하고 원격의료시스템의 지시를 받으며 응급조치를 했다.

10여분 뒤 3천t급 경비함이 도착했고 전복된 선박 내부에 진입해 잠수 수색을 시작했다.



잠수수색 착수 1시간여 뒤인 오후 11시 40분께 배 안에서 조리장 박씨를 발견했다.

의식과 호흡, 맥박이 없는 채로 발견된 박씨는 원격진료를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오전 7시 10분께 사망했다

이어 오전 8시 33분께 배 안에서 선장 한씨도 발견했으나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된 선원 4명은 전남중앙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해경은 경비함정 7척, 항공기 5대, 해군함정 3척, 어업지도선 1척, 민간어선 3척을 동원해 일대 해상을 수색하고 있다.

바다에서 표류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원 2명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 관계자는 "내일 오전 서해남부 먼바다에 풍랑주의보 예비특보가 내려져 기상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일기가 나빠지기 전 수색 범위를 넓혀 실종자 찾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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