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세요] 정장에서 일상복으로 바뀐 컬링복…신발은 짝짝이

입력 2017-10-29 06:22
[알고보세요] 정장에서 일상복으로 바뀐 컬링복…신발은 짝짝이

치마·정장 입고 하던 스포츠…기능 중요해지면서 지금 모습으로

신발 한 쪽은 미끄럽게·반대쪽은 뻑뻑하게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두꺼운 스키복, 착 달라붙는 스케이팅복과 썰매복, 아름다운 장식이 있는 피겨복, '중무장' 아이스하키복과 비교할 때 컬링복은 가장 일상복과 비슷하다.

컬링 선수들은 바지와 티셔츠, 재킷 등을 입고 경기한다. 선수들에 따라 반소매 셔츠를 입기도 하고, 재킷 안에 조끼까지 받쳐 입기도 한다.

최근 일상에 깊이 파고든 아웃도어 의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컬링복은 더 격식을 중요시했다.

여자컬링 대표팀의 김민정 감독은 "제가 선수로 뛰던 십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대 팀 선수들이 체크 스커트에 니트 카디건을 입고 나와서 경기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100년 이상 된 외국의 컬링 경기장을 가면 정장에 가까운 옷에 모자까지 차려입고 컬링 경기를 하는 사진이 전시돼 있다고 김 감독은 전했다.

김 감독은 "컬링은 신사적인 스포츠다. 경기 중 상대가 좋은 샷을 날리면 '굿 샷'이라고 외쳐주는 등 예의를 중요시한다"며 "그래서 예전에는 경기복도 신사적인 면모를 중요시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컬링이 스포츠로서 발전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경기복도 변했다.

김 감독은 "정장 같은 차림이나 치마는 아무래도 불편하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기능성과 편안함이 강조됐다"며 컬링복이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대부분의 선수는 깃이 달린 셔츠를 입는다. 어느 정도 격식은 남아있는 것이다. 깃이 없는 라운드 셔츠를 입는 팀도 간혹 있다.

컬링 선수들은 스톤을 던질 때는 앉고, 브룸(브러시)으로 얼음 바닥을 닦는 스위핑 작업을 할 때는 일어나서 많이 걷기 때문에 바지의 신축성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요가 바지'처럼 신축성이 좋고 편안한 스타일이 유행이다. 한때는 '나팔바지' 디자인의 컬링 바지가 인기를 끌었다.

또 엎드리는 자세로 슬라이딩해야 해서 바지 뒷부분이 허리까지 올라온다. 경기할 때 등 부분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컬링은 선수들의 의사소통이 그대로 방송 중계로 전달된다. 선수들은 마이크를 차고 경기를 하는데, 컬링 바지 뒤에 마이크를 넣는 주머니가 따로 달린 경우도 있다.

디자인과 색상은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외국 대회를 나가면 컬링복으로 기선제압을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캐나다팀은 붉은 단풍잎을, 스웨덴팀은 바이킹을 유니폼에 그려 넣으며 나라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컬링화도 평범하게 생겼다.

얼음 위에서 하는 스포츠가 거의 스케이트를 신는 것과 달리 컬링은 가죽 구두처럼 생긴 평범한 신발을 신는다.

그런데 이 신발에는 특별함이 숨어 있다.

가죽 재질로 된 컬링화는 양쪽이 다른 '짝짝이'다. 신발을 뒤집어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컬링화는 양쪽 바닥이 서로 다르다.

한쪽 바닥은 아주 미끄러운 '테플론' 재질이고, 다른 쪽 바닥은 미끄럼을 방지하는 고무 재질로 돼 있다.

컬링 선수들은 얼음 위에서 이동할 때 한쪽 발로 미끄럼을 탄다. 미끄럼을 타는 쪽 신발 바닥에 테플론이 붙어 있다.



테플론의 위치는 사용하는 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오른손잡이는 왼쪽 신발 바닥에, 왼손잡이는 오른쪽 신발 바닥에 테플론이 부착돼 있다.

오른손으로 스톤을 잡는 선수는 투구할 때 오른쪽 다리를 뒤로 뻗어 신발 앞코 부분을 얼음에 닿도록 한다.

왼쪽 다리로는 무릎을 세워 앉아 몸을 지탱한다. 왼쪽 신발 바닥에 있는 테플론 재질을 이용해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이처럼 테플론 재질은 투구할 때 유용하다.

반면 스위핑 작업을 할 때는 테플론 없는 편이 더 좋다. 스위핑을 할 때는 마찰력이 클수록 좋다.

그래서 선수들은 투구 순서가 아닐 때는 테플론이 부착된 신발에 고무 재질의 커버를 씌운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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