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10명 북한서 무사히 내려와 다행…태풍에 침몰했나 걱정"

입력 2017-10-27 16:01
"선원 10명 북한서 무사히 내려와 다행…태풍에 침몰했나 걱정"

391흥진호 선주 안도감…조업 성수기에 어업허가 취소될까 한숨

(경주=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선장과 선원 10명이 탄 배가 조업 중 태풍 영향으로 침몰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27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북한이 이날 돌려보내기로 한 경주시수협 소속 '391흥진호' 선주 A(64)씨는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A씨와 해경 등에 따르면 흥진호는 지난 16일 복어잡이를 위해 울릉 저동항에서 나간 뒤 20일 오전 10시 19분 울릉 북동방 약 183해리(339㎞) 대화퇴어장에서 조업한다고 수협중앙회 어업정보통신국에 알렸다.

그러나 흥진호는 이후 조업위치를 알리지 않았다. 선박안전조업규칙 23조에 따라 출항한 어선은 하루에 1회 이상 어업정보통신국에 위치를 보고해야 한다.

A씨는 "흥진호 선장은 원래 다른 분이 있는데 목 수술 후유증으로 7∼8개월째 승선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기존 선장 B씨와 알고 지내던 다른 선장이 승선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6일에는 어장 근처로 태풍이 올라와 걱정스러운 마음에 B씨가 흥진호 선장에게 위성전화를 했다"며 "이후에도 20일까지 위성전화로 계속 연락했다"고 했다.

또 "마지막 통화 때 흥진호 선장은 '싣고 온 복어 미끼, 부식 등을 고려할 때 5일 뒤인 25일에 돌아간다'고 했다"며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이후 위성전화와 통신장비가 두절됐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흥진호와 연락이 닿지 않자 마지막 위치를 보고한 지 36시간이 지난 21일 오후 10시 39분부터 '위치보고 미이행 선박'으로 정해 수색에 들어갔다. A씨, B씨 등을 상대로 조사도 벌였다.

A씨는 "약속한 25일에도 배가 들어오지 않으니 태풍에 침몰했거나 또 다른 위급 상황이 발생했겠다 싶었다"며 "대화퇴어장은 일본, 러시아, 북한 경계선에 둘러싸인 곳이라 조업 중 경계선을 넘어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와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은 뒤 흥진호에서 위성전화로 다급한 상황을 알리려 연락을 시도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1일 새벽 동해 상 북측 수역을 침범한 391흥진호를 단속했으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배와 선원을 27일 오후 6시 30분(평양시간 오후 6시) 남측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A씨는 "배가 무사히 돌아와 정말 다행이지만 뒷일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해경이 조사한 뒤 행정처분을 의뢰할 때 어업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부터 내년 3월까지가 조업 성수기다"며 "선주와 선원 모두 바다만 바라보고 사는데 이번 일로 조업을 못 하게 되면 생계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법을 어긴 것은 맞지만 계속 조업을 할 수 있도록 행정당국 등에서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su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