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같은 선수 될래요" 韓선수 캐디로 나선 뉴질랜드 교포
골프 유망주 정다래 양 가족, 아태 아마 챔피언십서 한국 선수들 캐디
(웰링턴=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들의 캐디를 자처한 교포 가족이 있다.
대회가 열리는 로열 웰링턴 골프클럽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사는 정민호(52), 신수현(43) 씨 부부와 딸 다래(13) 양은 자원봉사자로 대회에 참여해 한국 선수 3명의 골프백을 멨다.
27일 만난 가족들은 "골프 치는 딸에게 큰 무대를 보여주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부가 2000년 전후로 차례로 이민 온 후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외동딸 다래 양은 3년 전부터 골프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골프 애호가인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몇 번 잡아봤으나 흥미를 갖지 못했다가 다니던 클럽 대회에 반강제로 출전해서 이긴 이후 재미를 느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머니 신 씨는 국가대표 수영 선수고 외가 쪽에 핸드볼, 배구, 씨름 선수 출신이 즐비한 '선수 집안'이어서 그랬는지 일찌감치 재능을 드러내 지역 대회나 뉴질랜드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했다.
집 근처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까지 빠지고 캐디로 나선 다래 양은 김성현(19)과 2라운드를 마친 후 유창한 한국말로 "저랑은 정말 수준 자체가 너무 달라서 많이 배웠다"며 혀를 내둘렀다.
배운 것이 많기도 했지만, 이 클럽 회원이라 익숙한 다래 양이 선수들이 코스를 읽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딸 대회 때마다 번갈아 캐디를 자처했던 부부도 온 가족이 캐디로 나선 색다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이창기(21)와 함께했던 아버지 정 씨는 "다래랑 시합할 때 아빠 욕심에 너무 많이 다래한테 뭐라고 했는데, 내 자식이 아니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는 선수랑 함께하다 보니 앞으로 다래랑 할 때도 다래 입장을 많이 생각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장승보 선수와 함께했는데 매너도 좋고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야기도 하면서 호흡이 잘 맞았다"고 전했다.
골프장에 있으면 같은 뉴질랜드 교포 선수인 리디아 고라는 오해를 수도 없이 받는다는 다래 양의 롤모델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전성기를 맞았던 박세리(40)라고 한다.
"US여자오픈에서 양말 벗고 물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감동했어요. 꼭 만나고 싶습니다. 저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 1등 하는 것이 꿈이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천천히, 죽을 때까지 뛰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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