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무난·합리 카드'로 헌재소장 공백 부담 털기
유남석 새 재판관 지명 관측 깨고 잔여임기 1년도 안남은 이진성 '낙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추천 몫의 합리주의자…野 반발 최소화도 고려한 듯
이진성 잔여임기 내 헌재소장 임기 관련 법 정비 국회에 압박 의미도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공석인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진성(61·사법연수원 10기)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 사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1월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 후 9달 가까이 계속되는 수장 공백 사태로 인해 헌법질서의 한 축인 헌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삼권분립' 체제의 근간이 훼손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 따라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단안'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현행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로는 헌재가 '정상화'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정치적 논란도 잠재우기 어렵다는 인식 속에서 현행 법 테두리와 헌법재판관 내부의 질서를 감안해 '가장 무난한 카드'를 선택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야권을 비롯한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 조속히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하라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가장 크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헌재 재판관들은 '공석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고 야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야권은 헌재의 입장을 존중해 권한대행 체제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놔둔다면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소모적인 정쟁이 이어질 뿐만 아니라 삼권분립을 기초로 하는 헌법질서 체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헌재소장 공백 상태 해소는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삼권분립 원칙에 입각한 결정이기도 하다"며 "서둘러 수장이 확정돼야 헌재도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사실 항간의 예상을 깬 측면이 있다. 지난 18일 문 대통령이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때만 해도 헌재소장 임기와 관련한 국회의 법률 개정 상황을 지켜보며 차기 소장 후보를 지명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후보자를 지명할 때 이 후보자를 지명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애초부터 헌재소장 공백 상태를 서둘러 해소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다는 뜻이다.
주목할 점은 문 대통령이 야권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인물을 낙점한 점이다.
이 후보자는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에 이은 선임 재판관일 뿐만 아니라 온건한 합리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당초 지명 가능성이 점쳐졌던 유 후보자의 경우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활동 경력을 구실로 야권이 반대 의견을 강하게 내놓을 가능성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권에서 대법원장에 임명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해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구 여권에서 임명된 만큼 자유한국당 등 현재 야권의 반발 수위가 유 후보자를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을 때보다는 높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국회를 에둘러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측면이 있어 보인다.
만일 문 대통령이 유 후보자를 지명했다면 유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은 6년 임기로 한다'는 조항에 따라 6년간 헌재 소장을 맡게 되고 소장 임기를 둘러싼 법적 논란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기가 내년 9월까지로 1년도 남지 않은 이 후보를 소장에 앉힌 것은 국회를 향해 남은 헌재소장 임기 관련 입법 미비를 조속히 해결해달라는 메시지를 줬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요구대로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청와대로서는 헌재소장 공백사태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한 모양새도 갖추게 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정치권에서 헌재소장을 조속히 지명할 계획을 밝히라고 해서 그 점도 고려해 지명했다"며 "입법 미비 문제도 국회에서 원만히 처리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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