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예능 종횡무진 박정학 "상대와 교류없는 연기는 불행"
"올해 쉰 둘, 파릇할 때보다 연륜 쌓인 지금이 행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SBS TV '조작'부터 KBS 2TV 단막극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 OCN '블랙'까지 올해 쉰둘의 배우 박정학은 눈코 뜰 새가 없다. 심지어 E채널 예능 '내 딸의 남자들2'에서 연애하는 딸까지 지켜보는 중이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박정학은 "그동안 '띄엄띄엄' 일해왔으니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면서도 "연기는 수십 년 했지만 딸과 함께하는 예능은 쉽지가 않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내 딸의 남자들2'에서 '쿨한 아빠'를 지향하지만 딸과 낯선 남자의 가까워지는 모습에 본능적으로(?) '버럭' 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 웃음을 자아낸다.
"큰딸 지원이가 스물에 독립을 했는데 그렇게 외로움을 타는지 몰랐어요. 외로운 탓에 남자에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고 좀 놀랐죠. 지원이도 성인인데 뽀뽀하고 이런 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새로운 영역에서 좋은 남자도 만나고, 잘되면 결혼도 하면 좋겠네요. (웃음)"
박정학에게 지원 씨는 어릴 때부터 어른스러운 딸이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로 처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어요. 상을 받진 못했는데, 딸이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아빠가 거기 계신 것 자체가 자랑스럽다'고요. 알고 보니 딸이 현장에 왔던 거예요. 울컥했어요. 옆 사람들은 제가 상 못 받아서 울컥한 줄 알지요. (웃음)"
카메라 밖에선 친근한 이미지의 박정학이지만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의 강한 이미지 탓인지 작품에서는 주로 악역을 맡아왔다.
그는 "연극에서는 코미디를 많이 했는데 스크린 데뷔작 '무사'(2001)도 그렇고 무게감 있는 역할을 주로 하다 보니 그런 캐릭터가 계속 찾아오는 것 같다"며 "앞으로 보여드릴 게 더 많은 셈이니 아쉬운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악역도 선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등 입체감 있는 캐릭터가 많아 연기하는 재미가 있다"며 "'블랙'에서도 앞으로 캐릭터에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원했지만 집안 반대에 대학 등록금을 갖고 무작정 대학로로 '튀었다'는 박정학은 생활고도 겪었으나 한순간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는 "상대와 감정을 교류하는 게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그게 없이 카메라 앞에서 멋있게만 보이려는 연기는 불행하다"고 강조했다.
"배우는 상처도 좀 받아야 성장하죠. 저도 30대까지 무대에서 주인공만 했는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연기에 대해 의심해보게 됐어요. 그걸 이겨낸 후 더 성장했고요. 젊은 친구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10년째 극단 겸 연기학원인 '리얼액터스 팀'도 운영하고 있어요. 파릇파릇했던 때보다 연륜 쌓인 연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이 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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