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테크노크라트 시대 갔다…시진핑 뺀 상무위원 6명 모두 '문과'
당지도부 '이공계→인문계' 극적변화…"경제발전보다 사상통제 중요"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정계를 지배했던 이공계 출신 기술관료의 시대가 저물고, 문과 출신의 정치인이나 이론가들이 전면에 부상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모두 이공계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상하이교통대학 전기학과를 졸업한 후 자동차공장 엔지니어로 일했으며,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칭화대학 수리공정과를 졸업하고 수력발전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도 베이징 지질학원 광산과를 졸업하고 간쑤(甘肅)성 지질국에서 일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들은 대부분 이공계 출신이 차지했다.
2007년 말 제17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후 발표된 9명의 상무위원 중 베이징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리커창(李克强)을 제외한 8명이 모두 이공계 출신이었다.
이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구소련의 모델을 좇아 경제발전을 추진하면서 이공계 학과를 대대적으로 확장한 대신 인문계는 대폭 줄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950년대에 태어나 문화대혁명 이후 대학에 들어간 5세대 지도자들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더는 산업화나 경제발전이 화두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공산당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사상을 통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19차 당 대회 후 발표된 7명의 상무위원 중 이공계 출신은 칭화대 화학과를 졸업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유일하다. 시 주석마저도 칭화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행정 부문에서 줄곧 일해 기술관료로 보기는 힘들다.
나머지 6명의 상무위원 중 2명은 사범대학을 졸업했으며, 나머지는 경영학, 철학, 정치학, 법학 등을 전공했다.
SCMP는 "농부나 노동자 출신이 지도부를 이뤘던 중국 공산당이 전문 기술관료의 손으로 넘어가더니, 이제는 정치 전문가, 경제학자, 이론가 등이 당을 지배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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