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수사방해' 현직 검찰 간부들 정조준…檢 '읍참마속'할까
장호중 지검장·이제영 부장·변창훈 고검검사 등 당시 '국정원 파견 3인방'
"더욱 강도 높게 수사"…구속영장 청구 등 강경 수사 기류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고동욱 기자 =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검찰의 '댓글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당시 국정원에서 파견 등 형태로 근무한 검찰 간부들이 사건 은폐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제 식구'에 정면으로 칼날을 겨누게 됐다.
국정원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와중에 예기치 않게 현직 검찰 간부들이 대거 피의자가 된 당혹스러운 상황이지만 '부적절한 과거와의 단절' 차원에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더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수밖에 없다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2013년 '댓글 사건' 수사방해를 주도한 국정원 '현안TF' 구성원 7명의 사무실과 자택을 27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서천호 2차장 등 당시 국정원 간부 4명도 대상이 됐지만, 감찰실장과 법률보좌관, 파견 검사 신분이던 장호중(50·사법연수원 21기) 부산지검장, 변창훈(48·연수원 23기) 서울고검 검사, 이제영(43·연수원 30기)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 등 현직 검찰 간부 3명의 압수수색 사실이 더욱 눈에 띈다.
'현안TF'는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 및 수사에 대비해 위장 심리전단 사무실 등을 마련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증언을 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정원 내부 문건,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장 지검장 등 검사들 역시 당시 현안TF 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정원을 향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현직 검찰 간부에 대해 더욱 철저한 수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불거질지 모를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차단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앞서 검찰은 작년 가을부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개인 비위 의혹, 국정농단 은폐 및 직권남용 의혹 등을 잇달아 수사했지만, 직권남용 등 일부 사안으로만 불구속 기소하면서 검찰 출신인 우 전 수석 수사가 미진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국정원 근무 검사들의 혐의가 드러날 것은 예상치 못했다"면서도 "더욱 강도 높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만간 장 지검장 등 검찰 간부들을 소환 조사하고 나서 구속영장 청구까지 불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현직 검사장 사무실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전례가 드물어 검찰이 수사 의지를 가늠케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은 1999년 진형구 전 대검찰청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발언'과 관련해 대검 공안부장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지만 진씨는 이미 퇴직한 후였다.
가장 최근에 현직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사례는 넥슨으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은 혐의로 작년 7월 구속기소 된 진경준 전 검사장이 있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기소 된 것은 1948년 검찰 수립 이후 그가 최초였다. 검찰은 작년 7월 진 전 검사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법조계에서는 진형구 전 공안부장,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검찰 고위 간부들이 수사 선상에 오르면 사표를 낸 뒤 조사를 받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서 장 지검장이 검찰 소환에 앞서 거취와 관련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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