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외국 손님맞이 걱정 없다"…식당 간판·메뉴판 새 단장

입력 2017-10-30 06:22
수정 2017-10-30 07:21
[2018 평창] "외국 손님맞이 걱정 없다"…식당 간판·메뉴판 새 단장

간판엔 'Korea Restaurant'·식단표엔 영어·중국어·일본어 함께 표기

음식재료 설명도 추가…11월까지 개최도시·배후도시 2천개 업소 개선

(평창·강릉=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18평창동계올림픽 첫 테스트이벤트가 열린 2016년 2월, 평창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외신 기자들은 모두 한 번쯤은 고개를 갸웃했을 성 싶다.

올림픽 설상 종목과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일대의 썰렁하다 못해 휑한 모습과 무엇을 파는지 당최 알 수 없는 건물 간판 때문이었다.

운 좋게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영어 표기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탓에 종업원과 의도치 않은 입씨름과 눈치 게임을 해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가올 평창올림픽 때는 경기장으로 가는 초입부터 한숨지을 일도, 식당 메뉴판을 이리저리 살피며 주문부터 진땀을 빼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 횡계리 일대는 해 질 녘까지 곳곳에서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중장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던 횡계리는 마을 전체가 새 단장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특히 외국인들이 가장 많은 불편을 호소했던 식당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간판에는 'Korea Restaurant'(한국 음식점)가 적혔고, 안으로 들어가면 메뉴판 역시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함께 표기됐다.

에전에는 막상 주문하면 예상치 못한 음식이 나와 외국 관광객들이 밥상을 앞에 두고 어리둥절해야 했으나 새로 만든 메뉴판에는 재료부터 음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까지 덧붙여졌다.

그만큼 외국인들에게 식당에서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고, 먹고 나오는 일은 '미션 임파서블'만큼이나 어려웠다.

물론 워낙 작은 마을인 탓에 음식점 수가 적고 메뉴가 다양하지 않은 한계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지만, 이 정도면 환골탈태했다고 할 수 있다.

내년이면 개업 40년이 되는 식당을 운영하는 최종식(65)씨는 지난해 10월 좌식 식탁 절반 이상을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입식으로 바꿨다.

평창군에서 받은 보조금에 사비까지 보태 외국인 손님맞이를 위한 채비를 했다.

최씨는 "이왕 개선하는 거 제대로 바꾸는 게 나을 것 같아 화장실도 리모델링했다. 좌식 식탁만 있을 때는 외국인들이 꺼리는 분위기였는데 의자를 갖춘 입식으로 바꾸고 나니 외국인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책자형 메뉴판에는 음식 설명은 물론 음식 주문에 관한 필수 표현까지 담겼다.

횡계리 상인 대부분이 지역 토박이로, 평소 외국어와는 담을 쌓고 지낸 탓에 말로는 단번에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손님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매끄럽진 않아도 의사소통은 가능해진 셈이다.

팔순을 앞둔 할머니의 손맛이 가득한 작은 식당에서부터 지역 대표 음식인 황태구이와 오삼불고기를 파는 큰 식당까지 간판과 메뉴판이 외국인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어 '어떤 음식을 먹어볼까'라는 고민 정도는 해봄 직한 수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빙상 종목이 열리는 강릉의 음식점 역시 올림픽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외국어 메뉴판 제작, 의자형 입식 식탁 전환, 화장실과 주방 위생환경 개선 등의 노력이 한창이다.

강릉시 강동면에서 26년째 장사하는 박경애(59)씨 식당의 메뉴판도 외국어 표기가 적힌 새것으로 바뀌었다. 가게 입구에도 전에 없던 메뉴판이 하나 더 생겼다.

정동진의 한 초당두부 가게 입구에도 외국어 메뉴판이 내걸렸다.

박씨는 "그동안은 외국인 손님 대부분이 한국인과 함께 방문해 통역에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올림픽이 시작되면 한꺼번에 몰릴 외국인 손님을 맞이할 걱정을 한시름 덜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원도는 국내외 관람객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음식점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개선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목표 대상은 강릉·평창·정선 등 개최도시와 원주·동해·속초·삼척·횡성·양양 등 배후도시의 음식점 2천곳이다.

30일까지 강릉 953곳, 평창 324곳, 정선 244곳 등 모두 2천191개 업소가 신청했다.

도는 20억원을 들여 11월까지 외국어 메뉴판, 건물 외부 외국어 표기, 위생용품 등을 지원한다.

메뉴판과 간판은 업소마다 원하는 디자인이 달라 수정작업을 거쳐 제작하면 11월 말 설치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만족할 수 있게 메뉴판부터 위생까지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며 "올림픽도 즐기고 청정 강원도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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