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희 유엔보고관 "로힝야사태, 아웅산수치에 크게 실망"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미얀마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族)을 상대로 한 폭력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미얀마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무척 실망스럽다"고 유엔의 인권조사관이 지적하고 나섰다.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26일(현지시간) 로힝야족 학대와 관련, 수치의 행동에 대해 국제사회가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얀마에서는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이 없다"며 "그곳에는 미움과 적대감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인권특별보고관에 임명된 어린이 인권 전문가다.
미얀마 언론에서는 살해와 성폭력, 민가 불태우기, 강제 이주에 대해 아무런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
수치 국가자문역은 지난달 열린 연례 유엔총회에 불참했다.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어려운 질문과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인권특별보고관은 "수치의 태도에 대해서는 모두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나도 그렇다"고 말하고 "그는 로힝야로 불리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치가 인류애를 좀 발휘해 달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를 따를 것이고 그는 대중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발언은 유엔총회에서 미얀마의 인권 상황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제기한 뒤 하루 만에 나왔다.
이에 대해 유엔 주재 미얀마 외교단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 인권특별보고관은 "반(反)로힝야족 분위기가 미얀마를 지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그곳에는 동정 따위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로힝야족이 미얀마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으며 그에 따라 그들이 주장할 것은 없다는 게 미얀마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관리들은 인종청소라는 비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 보는 위기의 모습은 로힝야족 동조자들이 왜곡하거나 조작한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치 국가자문역은 미얀마 군부에 의해 수년간의 자택연금 등 고초를 겪은 뒤 시민 정치인으로 정계에 복귀해 현 문민정부의 실질적인 지도자로 우뚝 섰다.
수치는 그러나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의 다수민족인 불교신자들로부터 매도당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 및 군부와 연합한 민병대들은 로힝야족들을 미얀마 북부 라카인에 있는 그들의 근거지에서 강제로 내몰고 있다.
이들은 난민이 돼 지금까지 무려 60만명이 빈국으로 손꼽히는 인접 방글라데시로 내쫓겼다.
다른 유엔 관리들 역시 로힝야족 내쫓기를 인종청소 그 이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외교관들은 미얀마 군부가 더이상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의안 초안을 놓고 토론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미얀마에 대해 징벌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포함해 몇몇 지도자들도 수치 국가자문역을 비난했다.
ky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