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 비상사태 선포(종합)

입력 2017-10-27 05:30
수정 2017-10-27 09:11
트럼프,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 비상사태 선포(종합)

"국가의 수치이자 인간의 비극, 종식 위해 美 전체 결의 필요"

'국가비상사태'보다 한 단계 낮은 '공중보건 비상사태' 논란 초래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전염병처럼 퍼지는 마약성 진통제 남용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 정부가 전국에 걸쳐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그러나 이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국가비상사태'보다는 한 단계 후퇴한 조치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에 대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오피오이드는 아편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합성 진통·마취제로, 미국은 오피오이드가 포함된 처방 진통제 남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관절통이나 치통처럼 심각하지 않은 통증에도 처방되고 있다.

2015년 3만3천 명, 지난해 6만4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매일 140명 이상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 사태에 대해 "국가의 수치이자 인간의 비극"이라며 "중독 종식을 위한 미국 전체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멕시코와 중국에서 들어오는 마약인 헤로인과 펜타닐을 엄중히 단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알코올 중독으로 숨진 친형이 자신에게 술에 손대지 말 것을 거듭 경고했던 것이 그를 금주·금연하게 했다는 개인적인 경험도 소개했다.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됨에 따라 앞으로 연방기관들은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에 더 많은 보조금을 투입하게 되며, 중독자들의 치료 방법도 확대된다고 미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 사태에 대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공언했던 터라, 이번 조치가 기대보다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행정명령을 통해 백악관에 오피오이드 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이 위원회는 실태 조사를 거쳐 7월 오피오이드 중독에 대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0일 뉴저지주(州)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기자들에게 "오피오이드 위기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말한다. 이것은 국가비상사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두 달 넘도록 공식 선포를 하지 않자, 연방의원들과 보건단체들은 조속한 선포 및 후속조치를 촉구했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치료 방법 개선과 신속한 조치를 위한 연방정부의 긴급자금 지원, 각종 규제 및 제재 해제 등이 가능하지만,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로는 연방정부의 추가 자금 지원을 끌어낼 수 없다고 CNN방송은 설명했다.

ABC방송은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약속과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오피오이드 사태에 집중하겠다는 약속으로 경합주(州)인 뉴햄프셔 경선 승리를 낚아챘다"고 꼬집었다.

k02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