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에 비상사태 선포

입력 2017-10-27 00:32
美,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에 비상사태 선포

트럼프가 공언한 '국가비상사태'보다 낮은 '공중보건비상사태'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미국에서 전염병처럼 퍼지는 마약성 진통제 남용에 대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약속보다는 한 단계 후퇴한 조치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에릭 하건 보건복지부 장관 대행에게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에 대한 공중보건비상사태 선포를 지시한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오피오이드는 아편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합성 진통·마취제다. 미국에서는 오피오이드가 포함된 처방 진통제가 남용돼, 2015년 3만3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매일 14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다.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연방기관들은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에 더 많은 보조금을 제공하게 된다고 미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 사태에 대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공언했던 터라, 이번 조치가 기대보다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행정명령을 통해 백악관에 오피오이드 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이 위원회는 실태 조사를 거쳐 7월 오피오이드 중독에 대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0일 뉴저지주(州)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기자들에게 "오피오이드 위기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말한다. 이것은 국가비상사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두 달 넘도록 공식 선포를 하지 않자, 연방의원들과 보건단체들은 조속한 선포 및 후속조치를 촉구해왔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치료방법 개선을 위한 긴급자금 지원이 가능하고, 신속한 조치를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각종 규제나 제재를 해제할 수 있지만,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로는 연방정부의 추가 자금 지원을 끌어낼 수 없다고 CNN방송은 설명했다.

ABC방송은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약속과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오피오이드 위기에 집중하겠다는 약속으로 경합주(州)인 뉴햄프셔 경선 승리를 낚아챘다"고 꼬집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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