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철 먹노린재의 습격…친환경 벼 쭉정이만 '수두룩'
벼 줄기·이삭 빨아 먹는 돌발 해충…벼 수확량 최대 70%↓
농업재해보험 보상 항목에 빠져 있어…농민들 생계대책 요구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벼 줄기나 이삭의 즙을 빨아먹는 먹노린재가 친환경 벼 재배 논에 크게 번져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27일 충북 옥천군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먹노린재가 옥천읍과 안내·안남·청산·청성면 일대 논에 광범위하게 번졌다.
먹노린재는 1971년 국내에서 처음 보고된 돌발 해충이다. 몸 길이 0.8∼1㎝에 검은색을 띠고 있어 얼핏 봐 서리태(검은콩)와 비슷하다.
6월 하순 논에 날아들어 7∼8월 알을 낳는 데, 이 무렵 벼에 피해를 줘 말라죽게 하거나 쭉정이로 만든다. 대개 논 주변 산림과 수풀에서 월동하기 때문에 한 번 발생하면 여러 해에 걸쳐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옥천군 농업기술센터는 농민 제보를 받고 지난 8∼9월 관내 논 34㏊를 예찰해 25%(8.3㏊)의 면적에서 먹노린재 발생을 확인했다.
올해 이 지역 벼 재배면적이 1천685㏊에 이르는 점을 감안 하면 피해 면적이 최대 400㏊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먹노린재는 살충제를 이용해 방제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친환경 벼 재배가 급증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 지역에서도 무농약 농사를 짓는 청성면 산계뜰(22㏊)과 안내·안남면 일대 친환경 벼 재배단지가 먹노린재 습격에 직격탄을 맞았다.
옥천군 안내면에서 1만1만3천200㎡(4천평)의 벼농사를 짓는 황중환씨는 "친환경 농사를 할 경우 논 200평에서 400㎏가량의 벼를 수확하는 데, 올해는 먹노린재 때문에 수확량이 절반에 머문 논이 수두룩하다"고 하소연했다.
벼 품종에 따라 피해 정도도 달라 '추청'보다는 '삼광' 벼가 더 심한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잎이나 줄기가 연한 품종이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먹노린재가 벼농사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데도 농업재해보험 보상 항목에서 제외돼 있다. 피해가 아무리 크더라도 보상 한 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전국농민회 총연맹 소속 옥천군농민회는 이날 옥천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먹노린재 피해 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먹노린재 때문에 70% 이상 벼 수확량이 줄어든 농가도 있다"며 "이들이 생계 걱정을 덜도록 정부 차원의 보상과 함께 농업재해보험도 적용해 달라"고 주장했다.
옥천군은 이 해충이 내년에 또다시 기승을 부릴 것에 대비해 대책을 수립하는 중이다. 볍씨 소독 과정에서 방제약을 처리하고, 살충제 보급 등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농업재해보험 보상항목에 포함해 달라는 건의문을 정부에 보낼 예정이다.
이 지역에서는 1997년에도 먹노린재가 대량 발생해 벼농사에 큰 피해를 낸 바 있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