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vs 미스터리…소설이 전쟁터를 그리는 방법
'프랑스식 전쟁술' '전쟁터의 요리사들'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전쟁을 소재로 삼은 외국소설 두 편이 나란히 번역·출간됐다. 둘 다 전쟁터의 비참한 현실을 묘사하지만,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프랑스 작가 알렉시 제니의 '프랑스식 전쟁술'(문학과지성사)은 환상 없는 직설이다. "사람들은 머리에 총을 맞거나 몸을 관통하는 기관총에 죽고, 빠져나가면서 얼굴을 찢는 포탄 파편 때문에 죽고, (…)" 하는 식의 묘사가 계속 이어진다.
주인공은 두 명이다. 무기력한 상태로 그럭저럭 살아가는 화자가 예술가 장터에서 살라뇽이라는 이름의 노인이 파는 수묵화에 빠져든다. 전쟁 장면과 전사들의 면모, 여러 나라의 풍물을 화폭에 담은 수묵화는 인도차이나 전쟁과 알제리 전쟁 등 1940∼1960년대 프랑스가 벌인 전쟁터에서 직접 그린 작품들이었다. 화자는 살라뇽의 집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다.
소설은 화자가 1991년 프랑스군의 걸프전 출정식을 TV로 지켜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현재 시점의 화자와 과거를 회상하는 살라뇽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프랑스는 더이상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전면전을 벌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벽히 평화롭고 인간적인 시대가 열린 것은 아니다. 2005년 리옹에서 일어난 폭동은 물론 여전히 잔존하는 인종차별까지, 20세기 프랑스가 식민지에서 벌인 전쟁의 비인간성은 오늘날 프랑스 사회의 미시적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고교 생물교사로 일하던 작가는 첫 소설인 이 작품으로 2011년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았다. 유치정 옮김. 804쪽. 2만3천원.
일본 작가 후카미도리 노와키의 '전쟁터의 요리사들'(아르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의 전장을 무대로 한 미스터리다. 총성과 폭발음, 화약냄새로 전쟁터를 실감나게 묘사하는 동시에 의문의 사건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결정하면서 루이지애나주 출신의 열일곱 살 소년 팀 콜도 군대에 지원한다. 달리기도, 사격도 못했지만 요리라면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가족은 할머니가 만든 음식으로 잡화점을 운영했고, 팀에게 인생의 낙은 먹는 일이었다.
2년의 훈련 끝에 조리병으로 전선에 나선 팀은 곧 기이한 사건들을 마주한다. 600 상자 분량의 분말달걀이 사라지고 설원에는 유령 병사가 떠돈다. 팀은 동료들과 함께 소소하고 때로는 충격적인 미스터리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이야기는 미스터리지만 군사용어와 전쟁 에피소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쓴 만큼 사실적이다. 작가는 "각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생긴 '정의'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영주 옮김. 52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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