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가구공룡 이케아 고양점 문열자 지역업계 '직격탄'

입력 2017-10-30 09:00
[지역이슈]가구공룡 이케아 고양점 문열자 지역업계 '직격탄'

지역 가구업체 "이케아, 상생 명분 10억원 기탁은 생색내기용"

"이케아 상대하려면 공동 가구단지 조성, 물류 시스템 만들어야"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의 고양점 개점으로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가구 판매 단지인 경기도 '고양·파주 가구단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지난 19일 국내 2호인 고양점(매장면적 5만2천199㎡)을 문을 열었다.

앞서 지난 8월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매장면적 13만5천500㎡) 개장에 이어 이곳에서 3㎞ 떨어진 지역에 이케아 고양점과 롯데아울렛이 들어서면서 고양시는 경기 서북부의 쇼핑 중심지로 변신하게 됐다.

잇따라 초대형 쇼핑몰이 문을 열면서 지역상권, 특히 소상공인이 밀집한 가구단지는 패닉 상태다.

◇ 이케아 개점 후 고양·파주 가구단지 매출 30∼50% 하락

1970년대 후반부터 가구 제조·유통의 메카였던 고양시는 중소가구업체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밀집해 있는 곳이었다.

이후 일산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많은 제조업체가 떠났지만 지금도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100곳, 일산서구 덕이동 100곳, 인근 파주 운정지역에 60곳의 가구 매장이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역사와 전통,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전국 최대 규모다.

정세환(62) 고양시 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이케아 개점 전에는 하루 10여 명의 손님이 매장을 찾았는데 26일에는 5명, 어제는 3명의 손님이 찾았다"면서 "아무리 개점 효과라고 하지만,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케아와 대형 쇼핑몰 때문에 이미 몇 개 업체는 폐업을 결정했다"면서 "가구단지 내 일부 지역에서는 소형 아파트 재개발이 추진 중인데 일부는 보상금을 받고 아예 지역을 떠나기로 결심한 곳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 조합에 따르면 다음 달까지 18개 가구점이 폐업할 예정이다.

일산서구 덕이동의 일산 가구협동조합의 분위기도 고양시 가구 협동조합과 마찬가지다.

강점희 일산 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주 이케아가 개점한 뒤 이번 주 매출이 지난주보다 40∼50% 떨어졌다"면서 "우리 점포뿐 아니라 일산 가구단지 다른 점포들도 마찬가지며 단지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고 말했다.

일산 가구단지에서 승용차로 3분 거리의 파주 운정 가구타운 협의회 회원들은 이케아 개점에 맞춰 지난 18∼19일 고양시청과 이케아 고양점 앞에서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경현 운정 가구타운 협의회 회장은 "이케아가 문을 연 지 1주일밖에 안 됐는데 운정 가구타운은 이번 주 매출이 평균 30∼50% 이상 감소했다"며 "이케아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고양·파주 가구단지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이케아 상생 명분 10억원 기탁은 '생색내기용'

실제 이케아 국내 1호점인 광명점 개점 이후 주변 가구와 생활용품업체 다수는 매출 감소에 시달렸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2015년 2월 기준, 광명 시내 가구 또는 생활용품 판매 업체 55%가 2014년 12월 이케아 입점 후 매출 감소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이케아는 작년 12월 고양시와 가구산업 동반성장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고양지역 가구단지에 3년에 걸쳐 10억원을 기탁하기로 한 것이다.

가구조합원들은 이를 두고 이케아의 생색내기용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 운정 가구타운 관계자들도 참여했지만, 정작 지원대상에서는 빠졌다. 운정 가구타운 회원들은 다음 달 초 이케아 관계자들을 만나 상생 협약에 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장은 "처음에는 지역 가구업체들의 자생 발전 등으로 6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10억원으로 줄었다"면서 "이 금액은 2년 치 광고비용으로밖에 쓸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중소 가구업체들이 이케아와 상생을 하기 위해서는 고양시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가교 구실을 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역 가구업체들이 고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 "이케아 상대하려면 공동 가구단지 조성, 물류 시스템 만들어야"

'가구 공룡' 이케아에 맞서기 위해서 정세환 고양 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고양·파주 가구 조합과 단지를 한곳에 모으고, 공동 물류 체계를 구축해 효율성 있는 배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올해 8월 30일부터 닷새 동안 킨텍스에서 '2017 고양가구박람회'를 치렀다.

그는 "지난해까지 장소가 좁은 호수공원 꽃박람회전시장에서 열었지만, 올해는 대형 쇼핑몰과 이케아 개점까지 있어 예산을 들여 국내 최대 전시컨벤션 센터인 킨텍스에서 박람회를 열었다"면서 "부스도 2배 늘리고 주차 문제를 해결하니 12만명의 방문객이 찾아 총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역 가구 업계의 명운이 걸린 최대 희망 사항은 '공동 가구단지' 조성인데, 그동안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다"면서 "공동 가구단지가 조성되면 노동·생산·판매를 집약하고, 업체 간 정보 공유 네트워크를 활용한 공동 마케팅이 가능해져 수익 창출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각사가 비용을 들여 일일이 배송하던 시스템을 버리고 공동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적인 배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을 위해 연말까지 다른 조합과 깊이 있는 논의를 해 뜻을 모아 실질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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