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친환경 명소로 거듭난 소각장
높다란 굴뚝에선 흰색 연기만 '몽글몽글'
(아산=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아산환경과학공원은 쓰레기소각장 부지에 조성된 친환경공원이다. 공원에는 생태곤충원, 장영실과학관, 건강문화센터, 수영장, 소각장 굴뚝을 이용한 전망대와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아산환경과학공원은 혐오시설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충남 아산 배미동의 아산환경과학공원에 있는 생활자원처리장(쓰레기소각장)은 아산과 인근 홍성, 당진에서 배출하는 하루 최대 200t의 쓰레기를 소각 처리하는 시설이다. 주변으로는 물환경센터(하수처리장), 재활용선별장도 있다. 시설들만 보면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중순 방문한 그곳은 악취가 심하고 굴뚝에선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를 것이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악취는 느낄 수 없었고 높다란 굴뚝에선 흰색 연기만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가끔 바람이 불면 미세하게 비린 냄새가 났지만 냄새는 생활자원처리장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쓰레기소각장에서 쓰레기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노영동 아산시시설관리공단 경영지원팀장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친환경과 주민친화를 염두에 두고 소각장 건설을 계획했다"며 "최첨단 환경오염제어시설을 갖추고 있어 이곳에서 배출하는 연기는 자동차 매연이나 담배 연기보다 깨끗하다"고 자신했다.
생활자원처리장은 에너지 공급원이기도 하다. 소각로에서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열을 공원 내 모든 시설의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또 인근 제지공장에 열을 공급해 판매수익을 올린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폐열을 이용해 대규모로 세탁물을 처리하는 세탁기업도 운영해 수익을 내고 있다.
생활자원처리장 주변으로는 곤충생태원, 장영실과학관, 건강문화센터, 수영장, 풋살장 등이 들어서 있다. 주민에게는 친환경 휴식 공간이 되고, 방문객에게는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생태·과학 공원이 되고 있다.
노영동 팀장은 "2011년 설립 초기에는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주민들의 오해가 있었지만 지금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견학을 오고, 관광객이 찾아드는 지역 명소가 됐다"고 밝혔다.
◇ 소각장 굴뚝 꼭대기에 전망대
생활자원처리장의 외관은 반딧불이 모양이다. 친환경을 강조하기 위해 깨끗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반딧불이의 모습을 건물 디자인에 반영했다고 한다. 방문객의 시선을 가장 사로잡는 것은 반딧불이 꼬리에 해당하는 높이 150m의 굴뚝. '그린타워'로 불리는 굴뚝은 단순히 연기를 뿜어내는 기능만 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로 1분 이상 걸리는 굴뚝의 130m 지점에는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하는 전망대와 레스토랑, 카페가 들어서 있다.
전망대에서는 아산 북쪽을 지나 흐르는 아름다운 곡교천과 벼 베기가 끝난 들판, 고층 건물과 아파트가 들어선 아산 시내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였다. 전망대 곳곳에서는 직사각형 투명 바닥 유리를 통해 발아래로 까마득하게 펼쳐진 지상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도 있다.
전망대 위층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자리한다. 커피나 차, 돈가스, 주먹밥, 우동 등을 즐기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곳에서는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촬영되기도 했다.
그린타워 1층에 있는 유리온실은 생태곤충원이다. 곤충은 물론 물고기와 동물을 만날 수 있어 어린이 동반 방문객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공간이다. 수서생활관에서는 수조에 손을 넣으면 조그만 닥터피시들이 몰려들어 손가락을 간지럽힌다. 곤충생태관에선 톱밥 속에서 자라는 애벌레를 맨손으로 만져볼 수 있고, 나비관에서는 운이 좋다면 나비가 번데기 껍질을 뚫고 나오는 순간을 관찰할 수 있다.
육지생활관에서는 앙증맞은 미어캣과 다람쥐, 커다란 귀를 쫑긋 세운 사막여우, 육중한 거북 가족 등을 만나고, 미어캣에게는 구매한 먹이를 주며 흥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곤충학습관에선 누에에서 실을 뽑는 체험도 할 수 있다.
◇ 체험 통해 배우는 과학관
장영실과학관은 어린이과학관과 장영실과학관으로 이뤄져 있다.
1층 어린이과학관은 '작은 세상' '큰 세상' '이상한 세상' 등의 공간에서 체험을 통해 기초과학을 이해하는 곳이다. 작은 세상에서는 후룸라이드 모형을 통해 운동에너지를 체험하고, 열기구를 통해서는 기체의 온도와 부피의 관계를 배운다. 기차를 운행하며 도체와 부도체의 성질을 체험할 수도 있다. 큰 세상에서는 대형 변기 모양 세트를 통해 물이 흐르는 원리를 이해하고, 금속활자와 영사기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
어린이과학관을 나오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후변화체험관으로 이어진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지구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과 재해를 설명하는 공간이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온도계 온도가 1도씩 오르면서 지구상에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2층 장영실과학관은 조선 시대 발명가 장영실의 일대기를 살펴본 후 물, 바람, 금속, 빛, 우주를 주제로 그의 발명품과 과학 원리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물' 주제 공간에서는 장영실이 발명한 자격루와 옥루를, '바람' 공간에서는 조선 시대 풍향을 관측하는 데 사용한 받침돌인 풍기대, '금속' 공간에서는 금속활자인 계미자, '빛' 공간에서는 해시계인 앙부일구, '우주'에서는 천체의 운행을 관측하던 간의(簡儀) 등을 볼 수 있다.
공원 내 건강문화센터와 수영장도 소각장의 폐열을 이용하는 공간이다. 방문객은 건강문화센터의 찜질방과 사우나를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 특별하게 변신한 님비 시설들
혐오·기피 시설은 사람이 어떻게 변모시키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쓸모가 달라진다. 꺼리던 공간에서 끌리거나 유용한 공간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주요 시설을 소개한다.
▲ 월드컵공원 = 난지도는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간 서울시민이 버린 쓰레기를 쌓아둔 곳이었다. 월드컵공원은 쓰레기 9천200만t으로 만들어진 2개의 거대한 산과 넓은 면적의 평매립지였던 3.5㎢(105만 평) 부지에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념해 조성한 공원이다.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등 5개 테마공원으로 구성됐다. 평화의 공원에는 유니세프 광장, 난지연못, 평화의 정원, 피크닉장, 난지도이야기(월드컵공원 전시관) 등이 있다. 하늘공원은 가을에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노을공원은 서울에서 해넘이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졌다. 난지천공원에는 난지유아숲체험장, 축구장, 다목적구장 등이 있다. 한강 변의 난지한강공원에는 캠프장, 축구장, 농구장, 잔디광장, 자연생태 습지 등이 있다.
▲ 부천아트벙커39 = 부천 삼정동소각장은 1995년부터 15년간 하루 200t의 쓰레기를 소각하던 곳이다. 그러나 도시의 쓰레기를 처리하기에 규모가 적었고 다이옥신 농도가 기준치를 넘어서는 등 문제가 발생해 결국 2010년 가동을 중단했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삼정동 소각장시설을 문화재생사업 지원대상지로 선정했다. 오는 12월 삼정동소각장이 주민이 참여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이름도 '부천아트벙커39'로 바뀐다. 다양한 전시를 위한 멀티미디어홀,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 현대적 트렌드에 맞춘 컬처 레스토랑, 북 라운지, 나무 숲 등이 들어선다.
▲ 용인 레스피아 = 경기도 용인의 하수처리장 이름에는 모두 '레스피아'(Respia)가 붙는다. Rest(휴식)·Restoration(재생)과 Utopia(유토피아)의 합성어로, '시민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원'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레스피아에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다양한 친환경 시설이 들어서 있다. 기흥구에 있는 구갈레스피아에는 반려견 놀이공원, 게이트볼장, 어린이 풋살장, 농구장, 어린이 놀이터, 생태공원이, 기흥레스피아에는 축구장, 테니스장, 농구장, 족구장, 씨름장, 야외무대와 산책로, 자전거도로, 반려견 공원, 조류 관찰대가 마련돼 있다. 모현·상현·서천·수지·영덕 레스피아에도 이와 비슷한 주민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 부산 엄궁유수지 = 부산 사상구에 있는 엄궁유수지는 비만 내리면 인근 공업단지에서 배출한 오염물질이 흘러들며 심한 악취가 났던 곳이다. 지난해 부산시는 유수지에 모여든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비점오염 저감 공사를 마무리했다. 수질 정화를 위해 3천500㎡ 규모 지하 저류조와 유지용수 펌프장을 마련했다. 공사 이후 이곳에는 1만㎡ 인공 생태습지를 비롯해 테니스장 4면, 족구장 2면, 휴게 쉼터, 산책로가 생겼다. 유수지 주변에는 팽나무 등 나무 4만 그루를 심어 길이 400m에 이르는 수림대도 만들었다.
▲ 서울추모공원 = 2012년 개관한 서울추모공원은 국내 최초 도심 화장시설이다. 건축물과 부지 전체를 한 송이 꽃을 바치는 모습으로 형상화해 시민 문화공간으로서의 뜻을 살렸다. 건물 전체를 지하화했으며 상록수종의 나무를 심어 공원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했다. 유족과 방문객이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추모글을 작성하는 추모의 벽이 마련돼 있고,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변천 과정을 소개하며 올바른 장례문화를 유도하는 갤러리가 있다. 조각작품이 전시된 야외 정원과 카페테리아도 갖췄다. 이곳에서는 미술작품 전시회, 무용 공연 등도 진행된다.
▲ 망우리공원 = 서울 중랑구에 있는 망우리공원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 문을 열어 1973년 매장이 금지될 때까지 이용된 곳이다. 이후 묘가 이장(移葬)되며 현재 8천여 기만 남았다. 이곳에는 독립운동가 한용운과 오세창, 민족사학자 문일평, 아동 문학가 방정환, 화가 이중섭, 시인 박인환 등 애국지사와 예술가가 묻혀 있다. 묘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원화 작업이 진행됐다. 현재 시민들이 산책과 조깅을 즐기기 좋은 길이 4.7㎞의 사색의 길이 조성돼 있고, 밤에는 조명을 밝히고 있다. 역사, 인문학을 주제로 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 드림파크 골프장 = 인천 서구에 있는 드림파크 골프장은 153만3천㎡ 규모의 36홀 골프장으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공식 경기장으로 쓰인 곳이다. 한 해 평균 16만4천 명이 찾는다. 이곳은 수도권매립지 제1매립장이 있던 장소다. 골프장 지표면 40m 아래에는 1992~2000년 서울, 인천, 경기도에서 들여온 쓰레기 6천400만t이 매립돼 있다. 수도권매립지공사는 쓰레기 위에 층을 나누고 흙과 골재를 덮어 2013년 지금의 골프장을 만들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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