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대선 재투표 파행 속 종료…경찰-시위대 충돌 3명 사망(종합2보)

입력 2017-10-27 00:13
수정 2017-10-27 09:12
케냐 대선 재투표 파행 속 종료…경찰-시위대 충돌 3명 사망(종합2보)

폭력 사태로 얼룩진 4개 지역은 투표일 연기

케냐타 현 대통령 압승 전망…야권 대표는 "국민저항운동 시작"

(나이로비·카이로=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한상용 특파원 =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대법원 판결에 따라 26일(현지시간) 대선 재투표가 시행된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경찰과 대선 거부 시위대가 충돌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지난 8월 투표일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 전국 각지의 투표소에는 소수 유권자만 한 표를 행사하는 모습이 목격돼 이번 대선 결과가 발표되고서 신임 정부의 합법성 시비 등 또 다른 법정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케냐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6시께 수도 나이로비 중심부를 포함해 전역 대부분 지역에서 삼엄한 경비 속에 대선 재투표를 시작해 오후 5시에 마감했다.

이날 나이로비의 빈민가인 마다레 지역의 한 교회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서는 등록 유권자 8천 명 중 50여 명만이 가랑비를 맞으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 운전사인 데이비드 은제루(26)는 "투표는 나의 의무다. 지난번엔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긴 줄이 늘어서 6시간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케냐 야권 대표인 라일라 오딩가와 그 지지자들이 대선 거부 시위를 곳곳에서 벌이면서 파행이 속출했다.

케냐 언론과 AP,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나이로비의 대표적 빈민가인 키베라, 마다레, 서부 키수무 지역에서는 오전부터 수백명이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친 채 투표소 진입로를 막고 경찰과 대치했다.

그러자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며 해산에 나섰고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맞섰다.

키수무에서는 양측 충돌 때 총격을 받은 19세 시위 참가자 1명이 숨지고 최소 3명이 다쳤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나이로비 빈민촌 마다레와 케냐 서부 호마베이에서도 각각 적어도 1명이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지금까지 전체 부상자도 20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성향이 강한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소가 아예 문을 열지 못하거나 산발적 충돌이 벌어졌다.

일부 투표소가 체인과 열쇠로 굳게 잠겼고 투표함과 유권자 인식장비 등 선거용품들이 도착하지 않은 데다 선거진행 요원들은 야권 지지자들의 공격이 두려워 출근하지 않았다.

선관위 공무원인 존 응구타이는 "지금까지 우리는 안전 문제로 투표장비를 설치하지 않았다"라며 "긍정을 기대하지만 투표를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결국, 케냐 선관위는 이날 폭력 사태가 벌어져 투표가 아예 진행되지 못한 키수무와 호마베이, 미고리, 시아야 등 4개 카운티의 투표일을 다음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이날 초등학교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나서 "국민의 투표 권리를 방해한 이들에게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마라가 케냐 대법원장은 자신의 부인과 함께 투표를 했다. 대법원은 전날 대선 시행일을 연기해달라는 청원에 대한 심리를 판사 정족수 미달로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지금까지 대선에서 3차례 패한 오딩가는 자신이 이미 2차례 대선에서 표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며 야권연합 국민슈퍼동맹(NASA)을 '국민저항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다짐했다.

그는 "NASA는 불법적인 정부와 모든 관계기관에 대항해 저항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케냐 선관위는 예정대로 26일 대선 재투표를 강행하겠다고 전날 발표했다.

그러자 오딩가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가가 치러질 수 없다는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말고 집에 머물라"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대선 재투표가 일정대로 끝난다면 재선을 노리는 케냐타 대통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강력한 라이벌 후보인 오딩가가 빠진 이번 재선거에서 나머지 군소 후보 5명을 손쉽게 물리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투표율은 저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파행 속에 치러진 선거에서 케냐타가 재집권하면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로 민주주의 급진전을 이룬 케냐가 케냐타 2기 행정부의 합법성 시비에 휘말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케냐에서는 지난 8월 치른 대선에서 케냐타 대통령이 당선된 것으로 발표된 선거 결과를 대법원이 무효로 하면서 케냐타 대통령과 2위를 차지했던 오딩가 후보가 다시 대결하라고 판결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당시 표결에서 54.27%의 득표율로, 44.74%에 그친 오딩가 후보를 따돌렸다.

이 판결 직후 케냐타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그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오딩가 후보는 선관위 위원 중 일부를 교체하고 몇 가지 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다시 치러지는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케냐에서는 지난 8월 대선 이후 부정 선거 공방 속에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등으로 약 43명이 숨졌다.

10년전에도 케냐에서는 대선 직후 부정선거 논란 끝에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해 1천100명이 숨지고 60만여명이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피신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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