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최초 金 도전 신의현 "밤 농사 경험이 허릿심의 원천"

입력 2017-10-26 16:51
패럴림픽 최초 金 도전 신의현 "밤 농사 경험이 허릿심의 원천"

기후 변수 물음에 "허릿심 좋아 자세 잡기에 유리"



(이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은 불과 십수 년 전까지 장애인 동계스포츠의 불모지였다.

처음 출전한 1992년 제5회 티니-알베르빌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이후 25년 동안 은메달 단 2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으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뒤 장애인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국은 국내에서 열리는 2018 평창패럴림픽을 통해 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유력한 후보는 장애인 노르딕 스키 국가대표 신의현(37·창성건설)이다.

휠체어 농구와 슬레지 하키 등 하계 종목 선수였던 신의현은 2015년 8월 창성건설이 노르딕 스키 실업팀을 만들자 창단 멤버로 합류했는데, 뒤늦게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그는 지난 1월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파라노르딕스키 크로스컨트리 5㎞와 15㎞ 부문에서 우승하는 등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의현은 평창패럴림픽 장애인 바이애슬론 스프린트(7.5㎞), 중거리(12.5㎞), 장거리(15㎞) 종목과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1㎞), 중거리(10㎞), 장거리(15㎞) 등 총 6개 세부종목 출전권을 땄다. 이중 크로스컨트리 15㎞ 종목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26일 경기도 이천훈련원에서 만난 신의현은 주변의 기대에 "부담은 되지만, 몸 상태가 좋아 자신 있다'라며 "부상을 조심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려 사상 최초의 동계패럴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날씨 문제도 본인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창패럴림픽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 9일에 개막하는데, 이 시기엔 기온이 높아 녹은 눈 위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실제로 올해 초에 열린 패럴림픽 테스트이벤트에서도 경기장의 눈이 녹아 대다수 선수가 불편함을 겪었다.

그러나 신의현은 "눈이 녹으면 자세를 잡기가 힘든데, 나는 허릿심이 좋아 다른 선수들보다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이 되기 전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밤 농사를 했는데, 이때 키운 허릿심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주 종목인 크로스컨트리 15㎞ 종목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획득하고, 나머지 5개 출전 종목에서도 메달을 따고 싶다"라며 목표를 밝혔다.

신의현은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바이애슬론 사격에 관해서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키웠다.

그는 "실전 경기 상황과 비슷하게 심박 수를 높인 뒤 총을 들고 있는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며 "사격 문제로 메달 획득에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의현은 스물여섯 살의 대학생이던 2006년 2월 대학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잃었다.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신의현은 3년 동안 실의에 잠겼지만, 2009년 휠체어 농구를 접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민간기업 최초의 장애인 실업팀인 창성건설 노르딕스키 팀이 창단하자 종목을 바꿔 또 다른 도전의 길을 걷고 있다.

노르딕스키는 스키를 신고 빠르게 완주하는 크로스컨트리와 크로스컨트리에 사격이 결합한 바이애슬론 경기로 나뉜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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