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산수' 유승호 작가, 캔버스에 초서 작업 선보여

입력 2017-10-26 15:34
수정 2017-10-26 18:42
'문자산수' 유승호 작가, 캔버스에 초서 작업 선보여

박여숙화랑·P21서 동시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유승호(43) 작가가 '문자산수' 작업을 해온 지 올해로 만 20년이 됐다. 점잖은 산수화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쌀알보다 더 작은 글자를 펜으로 수없이 그려 넣어 명암과 입체감 등을 표현한 것들이다. 비전공자이면서 독특한 산수화 작업으로 확실히 각인된 작가가 올해 본격적으로 새 작업을 선보였다.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P21에서 26일 개막한 개인전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통해서다. P21은 35년간 서울 강남 일대에서 박여숙화랑을 운영해온 박 대표의 차녀 최수연 씨가 지난달 개관한 전시공간이다.

서예 서체 중 초서를 활용한 형상의 작품들이 전시장에 내걸렸다.

신작 '뇌출혈'은 굽이굽이 솟아오른 산봉우리들과 그 위를 날아가는 새들이 석양에 물든 풍경 같다. 한 발짝 물러나면 '내츄럴'(natural)이라는 영어 단어가 읽힌다. 풍경이든, 글자든 아래로 점점 우수수 떨어지면서 석양 속으로 풀어 헤쳐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순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를 두고 "작가는 화폭에서 서로가 되려고 치열하게 꿈틀거리는 문자나 이미지들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가 적절한 때에 붓을 들이대서 그들의 요구와 결핍을 채워주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작업의 변화는 2016년 세화미술관 전시 '전통이 미래다'에 출품한 작품 '떡'(2015)에서 읽을 수 있다.

작가는 당시 한석봉의 글씨를 차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종이에 먹으로 그린 이 작품은 서예 같기도, 그림 같기도 한 인상을 풍긴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동양화를 펜으로 작업한다는 의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본연의 자리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붓글씨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서는 서체 중에서도 시각적으로도 정말 매력 있다. 글씨처럼 보이지만, 이미지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P21 전시는 11월 25일까지. 같은 기간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는 작가의 기존 작업인 '문자산수' 20점을 감상할 수 있다.

P21 전시 문의 ☎ 02-790-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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