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필사' 윤태영이 적은 자신의 목소리…에세이집 출간
'아는 게 재주라서 미안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노무현의 필사'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에세이 '아는 게 재주라서 미안합니다'를 펴냈다.
책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이후 윤 전 대변인이 인생과 관계, 행복에 관해 일기처럼 쓰기 시작한 이야기들을 묶었다. 연설문 작성자로, 기록자로 살아오며 노 전 대통령의 말과 글을 옮기는 일에 전념해 왔고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사를 쓰기도 한 그가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낸 책이다.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의 분신인 '불출 씨'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아재'의 평범한 일상과 자신이 경험한 정치판의 이야기, 세상사에 대한 생각 등을 잔잔하게 풀어낸다.
아들의 전화가 없어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불출 씨는 '가끔 전화 못 할 수도 있다"며 "신경 많이 쓰시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고 답한다. 그러던 그는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에게는 왜 전화를 제때 하지 않느냐고 화를 낸다. 딸은 "그럴 수도 있지. 아빤 걱정이 너무 많아"라고 답한다.('어머니의 아들, 딸의 아버지' 중)
밤낮없이 일해 회사의 중역이 됐지만 집안에서는 어느새 집안의 이방인이 되고 결국 존재감이 없어지는 불출 씨, 지방으로 조문 가면서 교통비와 부의금의 수지타산을 따져보는 불출 씨의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회사의 홍보실장을 맡은 불출 씨가 자기 일에 대해 '잘해야 본전, 못하면 지옥'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저자의 이력이 떠오른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는 무심코 대답했다가 그것이 제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선뜻 대답을 꺼리기도 한다. 정치권 입문 30년째를 맞은 불출 씨는 어제의 동지가 하루아침에 상대 진영이 되거나, 속내를 털어놓은 사이가 적이 되기도 하는 일들을 겪으며 이제는 웬만하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해 8월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을 토대로 말하기 노하우와 일화를 담은 '대통령의 말하기'를 펴냈고 올해 3월에는 장편소설 '오래된 생각'을 펴내기도 했다. 책 속의 그림들은 딸 윤혜상 씨가 그렸다. 위즈덤하우스. 312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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