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 집게로 혀를'…해병대 가혹행위 부사관 구속영장(종합)
해병대 복지시설 관리병 상대 가혹행위…보고 누락 감찰관도 보직해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영재 기자 = 해병대 복지시설에서 관리병들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저지른 현역 해병 부사관에 대해 군 수사당국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군 관계자는 26일 "경기도 화성 해병대사령부 인근 복지시설에서 병사 여러 명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A 해병 중사에 대해 어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이 복지시설 시설관으로 부임한 A 중사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병사 6명에게 집게, 가위, 야구 방망이 등으로 온갖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군 수사당국은 'A 중사가 뚝배기를 집을 때 쓰는 집게로 혀를 집었다', '야구 방망이로 머리와 팔꿈치 등을 쳤다'는 등 피해자 진술을 확보했고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복지시설은 간부와 병사를 합해 약 20명이 근무하는 곳으로, 식당, 호프, 객실, 목욕탕 등이 있다. 관리병들은 프런트 안내, 식당 서빙, 시설 관리 등을 한다.
군 당국은 언론이 취재에 나서자 지난 21일 사건을 인지하고 헌병대를 투입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 간부가 약 200만원 어치의 술을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병대사령부 감찰실은 지난 8월 이 복지시설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진상조사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병대는 당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계기로 전 부대를 대상으로 특별부대진단을 했는데 문제의 복지시설 관리병 설문 조사에서 일부 가혹행위가 있다는 진술이 나왔음에도 감찰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군 수사당국은 감찰 담당관인 B 소령을 보직해임하고 가혹행위 보고 누락 경위 등을 추궁하고 있다. 복지시설 간부 4명도 모두 보직해임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해병대사령부는 지난 24일부터는 해병대가 운영 중인 복지시설 5곳을 포함한 전 부대 정밀 진단을 진행 중이다. 다음달 1일에는 해병대 인권자문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 대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해병대는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점과 피해 해병들을 보호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고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력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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