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내년 봄까지가 굉장히 중요"…북핵해결에 전력
고위당국자 "美, 北과 협상 시도하나 의미 있는 진전은 아직"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정부는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과 곧 이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북핵 문제 대응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0월 하순에서 11월, 내년 봄까지가 (북핵해결에)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그중에서도 내달 초로 예정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과 같은 달 10∼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의 다자간 회담을 특히 중요한 계기로 꼽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순방기간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신호를 보낸다면 지금의 긴장국면이 누그러지고 협상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는 분위기가 다소 조성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또 내년 봄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여부와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의 시행 시기·규모 등이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 장관은 북한의 상황에 대해선 "북한도 지금이 위기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장기전에 대비해나간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현재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북핵 문제를 협상 국면으로 진입시켜서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진입이 아주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미북 간에 갖고 있는 불신의 벽이 워낙 높고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진입도 쉽지 않고 진입한 다음 진전시키는 과정도 쉽지 않겠다는 전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얘기했듯 미국도 북한과 협상을 하려고 하는 시도는 하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보고 있는 것으로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면서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김정은이 9월 21일 직접 자기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한 상황에서 북측이 그렇게까지 하고 (도발 없이) 그냥 넘어간다면 오히려 그게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의 정상각도 발사와 같은 북한의 대형 도발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조 장관은 "북한이 만약 다시 도발하게 된다면 (북한이) 어느 때보다도 강한 (우리의) 대응에까지 직면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하며 추가도발 자제를 우회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협상 국면으로의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작은 실마리라도 계기로 삼아 국면 전환 노력을 지속한다는 기조 아래 평창동계올림픽에 주목하고 있다.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입장은 어떻게 보면 분명하고 확고하지만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북측도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하는 느낌"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생각할 수 있는 것 같고 그중에는 협상, 남북관계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국면을 끌고 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면서 "우리는 그걸 또 잘 받아서 (대응)해나가는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독자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는 실효적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접근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몇몇 인원이나 기업에 독자제재 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남북관계 차원에서 (그런 독자제재가)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 걸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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