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내렸나요?" 한라산 기상현상 관측 "힘드네"

입력 2017-10-26 09:50
"서리 내렸나요?" 한라산 기상현상 관측 "힘드네"

국립공원 현장직원 전화확인에 의존…주먹구구식 관측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한라산 고지대에 서리 내렸나요?"





지난 25일 이른 아침 제주지방기상청 직원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서리가 관측됐는지 확인했다.

이날은 한라산 고지대 일부 지역에 서리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는 예보가 있었다.

기상청은 국립공원 직원이 확인해 준 내용을 바탕으로 한라산에 올해 첫서리가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혼선이 있었다.

국립공원 직원들은 앞서 지난 23∼24일에도 한라산에 서리가 내린 것을 육안으로 관측했다고 하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올해 한라산에 첫서리가 내린 날을 10월 24일로 발표했다.

반면 국립공원 직원을 통해 뒤늦게 한라산에 서리가 내린 사실을 확인한 기상청은 첫서리가 내린 날을 10월 25일로 발표했고, 서리가 관측된 장소도 애초 윗세오름이라고 했다가 윗세오름과 진달래밭 모두라고 언론에 밝히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라산 첫눈, 첫 얼음 등 주로 고지대에서 나타나는 기상현상 관측도 상황은 비슷하다.

겨울철 한라산 고지대 적설량 관측 역시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폭설이 잦은 한라산에는 많게는 1∼2m가량 눈이 쌓이며, 3월에도 대설주의보가 내리기도 한다.

특히 한라산 고지대는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설산의 절경을 감상하려는 등반객들에게는 기상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한해 100만명 안팎의 등산객이 찾는 데다가 폭설이 내리면 기상 상황과 예보를 바탕으로 입산을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기상청은 고지대의 적설량 확인을 직접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적설량을 관측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관측 및 기록은 윗세오름·진달래밭 대피소에 근무하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3시간마다 대피소 부근의 적설판 눈금자를 육안으로 확인해 기상청에 알려주거나 눈이 한쪽으로 몰려 쌓이는 경우를 고려해 주변 여러 지점을 자로 측정해 평균을 내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러다 보니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고생은 물론 적설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고지대의 적설량은 오전 6시부터 3시간 간격으로 관측, 기록되며 오후 6시 이후로 12시간 동안은 관측이 중단된다.

제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한라산 고지대의 기상현상을 관측해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직접 가볼 수가 없기 때문에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문의할 수밖에 없다"며 물리적 한계에 대해 토로했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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