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난 아이비리그 대학 다닌 사람…역사상 최고 기억력"(종합2보)

입력 2017-10-26 11:37
트럼프 "난 아이비리그 대학 다닌 사람…역사상 최고 기억력"(종합2보)

'국격 저하' 공격받자 "매우 똑똑해" 명문 와튼스쿨 졸업 부각

학벌·IQ 자랑 처음 아냐…WP "영리하다고 품위있는 것 아냐" 비판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사람들이 내가 아이비리그의 대학을 다녔던 것을 모른다"고 항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나는 좋은 학생이었다. 공부도 매우 잘했다. 나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공화당 밥 코커(테네시),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상원의원으로부터 "국격을 떨어뜨린다", "무모하고 터무니없고 품위 없는 행동이 양해되고 있다"고 공격받으면서 자신이 교양 없는 인물로 부각된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비리그(미 북동부 8개 명문대학)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1968년 졸업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이 대학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으나,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학벌을 내세우면서 지적 수준을 과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와튼스쿨을 나왔다'고 끊임없이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자신을 '멍청이'라고 불렀다는 한 언론 보도에 "IQ 테스트를 해보자"며 승리를 장담하기도 했다.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IQ에 대한 집착을 소개하면서 "지능, 또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자신을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관념이 항상 그의 마음 가까이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면서 "역사상 가장 뛰어난 기억력 중 하나"라고 자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학벌 자랑은 자신이 '무례하다'는 비판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언론의 보도가 "나를 실제보다 더 무례하게 보이게 만든다"며 "언론이 실제와 다른 도널드 트럼프의 이미지를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례한 지도자라는 관념을 반박하기 위해 자신이 아이비리그의 교육을 받은 사실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예의와 교육 수준 사이의 명확한 상관관계를 설명하지는 못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예의 바르다고는 말하는 대신 언론이 자신을 실제보다 더 무례한 것으로 묘사한다고 주장한 점과, 자신을 친절하거나 정중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대신 똑똑한 사람으로 묘사한 점에 주목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실제와 다른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종종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무례하게 보이는 곳은 트위터"라고 그의 트윗 행태를 비꼬았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영리한 사람이 곧 품위있는 사람인 것으로 전제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이들(69%는 아이비리그는 고사하고 대학 졸업장도 없다)도 그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자랑과 달리 일각에서는 그의 학업 성취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입학한 게 아니라 뉴욕의 예수회 학교인 포덤대학을 2년 다니다 와튼스쿨로 옮겼다.

지난 2001년 '트럼프가(家): 제국을 세운 3대'라는 책을 쓴 그웬다 블레어는 "포덤대 시절 트럼프의 성적이 훌륭했다"면서도 "형의 옛 동급생이었던 와튼스쿨의 입학사정관과 '우호적인' 면접을 한 뒤 펜실베이니아대 입학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WP는 2015년 7월 기사에서 펜실베이니아대가 아주 똑똑한 학생들은 물론 유명 인사나 부자들의 자제를 입학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과거 기사에서 "트럼프는 종종 '와튼스쿨 시절 반에서 1등으로 졸업했다'고 주장하지만 1968년 학위수여식에서 어떤 종류의 우등졸업생 명단에서도 그를 찾을 수 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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