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진호 감독에 FA컵 결승 진출 선물한 '부산의 제자들'
이승엽 감독 대행, 승부차기로 결승 진출 확정 후 눈시울 붉혀
이정협 "남은 경기 이겨서 우승 트로피 갖고 (감독님) 찾아뵙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조진호 감독을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옵니다."(이승엽 감독 대행)
7년 만에 FA컵 결승에 진출한 부산 아이파크의 코치진과 선수들은 승리의 기쁨과 함께 최근 유명을 달리한 고(故) 조진호 감독에 대한 그리움이 겹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부산은 25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2017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1로 비기고 나서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결승행 티켓의 주인이 됐다.
이로써 부산은 2004년 대회 우승 이후 무려 13년 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하게 됐다. 더불어 결승 진출도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날 경기는 부산 선수들에게 특별했다. 부산을 지휘하던 조진호 전 감독은 지난 10일 출근길에 쓰러져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한순간에 존경하던 사령탑을 잃은 부산 선수들은 실의에 빠졌다.
조 감독의 지휘 아래 부산은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2위를 확정하며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하며 1부리그 복귀를 꿈꾸고 있었다. 더불어 FA컵 준결승까지 진출해 팀의 사기는 최고였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조 감독의 죽음은 선수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은 1부리그 복귀와 FA컵 우승을 조 감독의 영전에 바치겠다는 각오를 다졌고, 승리에 대한 뜨거운 의지를 앞세워 수원과 준결승에 나섰다.
후반에 먼저 실점했지만 이정협의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고, 승부차기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기어이 결승행 진출권을 따냈다.
경기가 끝난 뒤 고 조진호 감독의 뒤를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 대행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조진호 감독님이 떠나시면서 선수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게 최우선이었다"라며 "조 감독님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온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선수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했다. 감독님이 너무 많이 생각났고 보고 싶다"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 감독 대행은 "체력적으로 수원에 앞서 있었다. 그런 부분을 공략했다"라며 "고생한 선수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동점골을 넣으며 부산의 결승행을 이끈 이정협은 "남은 경기도 다 이겨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고 (영면한 고 조진호) 감독님을 찾아뵙겠다"고 우승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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