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차기 상무위원 명단 정확히 예측한 중화권매체 '보쉰'
美에 서버 둔 폭로매체…홍콩언론 '선방', 日·英언론 '헛발질'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25일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부인 7인의 차기 상무위원이 드러나면서 이를 예측해 보도한 세계 언론사의 취재력도 승패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번 예측 보도의 슈퍼스타는 단연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인터넷 매체 '보쉰'(Boxun·博迅)이다.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 보쉰은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와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가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하고,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조직부장과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입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후춘화와 천민얼을 후계자로 봤던 기존의 관측을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어서 처음에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19일 홍콩의 유력 영문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를 뒤쫓아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후임으로 자오러지가 내정되고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으로 내정됐다고 보도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다른 여러 매체들이 보쉰과 SCMP의 보도를 뒤따라갔고, 이날 차기 상무위원이 밝혀지면서 이들 중화권 매체 2곳의 예측이 들어맞았음이 확인됐다.
보쉰은 5년 전인 18차 당 대회 때도 시진핑(習近平), 리커창(李克强), 장더장(張德江), 왕치산, 장가오리(張高麗), 류윈산(劉雲山), 위정성(兪正聲) 등 18기 상무위원 7명의 명단을 정확히 예측 보도했다.
보쉰 사이트를 만든 왓슨 멍(47)은 듀크대학에서 전기공학과 정보기술을 공부한 후 1990년대 중국으로 귀국해 모토로라, 유니레버 등 몇몇 다국적기업에서 일한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2000년 그는 "인권 탄압이나 반체제 운동, 고위층 부패와 같이 사람들이 알아야 하지만, 중국 언론들에는 보도가 금지된 문제를 알려야 한다"며 보쉰 사이트를 개설했다.
처음에는 언론 보도에 주로 의존했으나, 나중에는 중국 내 익명의 정보원들로부터 정보를 받기 시작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사태 등 중국 지도부의 부패 문제에서도 많은 특종을 터뜨려 당 고위층에 '빨대'가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보쉰이 이번 당 대회 보도의 슈퍼스타라면 일본, 영국 등의 매체들은 망신살이 뻗쳤다고 할 수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언론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당 대회 직전까지도 천민얼이 시 주석의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보도했다가 결국 망신을 당해야 했다.
그런 반면 SCMP, 명보, 빈과일보 등 홍콩 언론매체들은 천민얼 후계자설이 파다하게 퍼질 때도 그의 경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이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