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년 생명정보 담은 제주 하논분화구 복원한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5개년 계획 수립, 2∼3단계 사업도 추진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5만 년의 생명정보를 담은 제주 서귀포시 하논분화구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호근동과 서홍동에 걸쳐 있는 한반도 최대의 마르(maar)형 분화구이자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이탄(泥炭) 습지인 하논을 복원, 보전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하논분화구는 응회환 화산체와 분석구(cooria cone)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화산으로, 7만6천∼5만 년 전에 형성됐다. 하논은 최소 5만 년 동안의 기후와 식생 정보를 담고 있어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앞으로의 기후 변동 예측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논분화구는 동서로 1.8㎞, 남북으로 1.3㎞에 이르는 타원형 화산체다. 분화구 직경은 1천∼1천150m이고, 최대 깊이는 90m, 습지 퇴적층은 14m다. 화구호 면적은 23.6㏊다. 현재 화구호의 71.6%인 16.9㏊가 논으로 이용되고 있다. 전체 면적의 90% 사유지다.
도는 이 같은 하논분화구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관리하기 위해 1단계로 내년부터 2022년까지 추진할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이 기간에 국비 460억원을 투입해 분화구 내 사유지 등을 매입하고 화구 호수를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생태 관광 자원화 방안과 지역 주민 연계 사업화 방안도 마련한다.
2단계로 2023년부터 분화구 능선 구역과 분화구 습지 밖 동식물 복원 및 식생 회복 사업을 할 계획이다. 3단계로는 시설구역, 박물관 및 체험관, 연구시설 등을 건립하고, 편의시설도 조성할 예정이다.
도는 지난 5월 전문가 4명과 공무원 6명으로 하논분화구 복원·보전사업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두 달 만에 대통령 공약사업 추진계획안을 수립했다. 8월에는 하논습지방문자센터 개축 공사를 발주했다.
내년 6월까지 하논지구 도시관리계획 변경 용역을 시행하고 주민 의견을 청취한 뒤 환경부에 하논분화구 습지보호지역 지정 신청을 할 방침이다.
도는 하논 복원사업을 통해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역사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환경 역사에 대한 기록 보관소의 기능을 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지질학적 자연 역사 참고지로 복원해 미래의 소중한 환경자산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래전 시작된 하논분화구 복원 논의는 2012년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의제로 채택되며 국가 차원의 복원·보전 필요성이 제기됐다.
앞서 서귀포시는 하논지역 습지와 습지림, 난대림, 낙엽활엽수림, 건초지 등의 식생을 복원하고 각종 전시관과 방문객센터, 박물관, 산책로 등을 시설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04년, 2006년, 2010년, 2011년에 꾸준히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WCC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대선 공약에 하논분화구 복원이 포함되며 사업 추진이 급물살을 탔다.
김양보 도 환경보전국장은 "국제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 하논분화구는 5만 년의 동북아시아 지역 고기후와 고식생 기록이 보전된 살아있는 박물관임이 판명됐다"며 "국가 차원에서 복원해 생태계의 세계적인 기념비적 장소로 보전하고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h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