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서울시 외부인사 공방 "비선 실세" vs "전문가 필요"(종합2보)
野, SH공사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박원순 "문건 속 인사 되려 승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이태수 기자 =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단체 출신 측근이나 임기제 공무원 등의 인사 문제를 두고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산하 SH공사에서 소위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문건이 나왔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공사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의원은 서울시 내부 익명 게시판 글을 인용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사회 등 외부의 압력이 지나치다'는 취지의 불만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외부의 간섭권이 법과 규정을 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한다"며 "정무 라인을 통해 제안서가 들어오면 관련 부서에 '검토하고 결과를 보고하라'고 하는 것 좀 막아달라고 한다. 보조금 심의 위원과 보조금을 받아가는 업체 이사진이 어째서 겹치느냐는 지적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무 라인을 통해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라는 압력이 느껴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실질적인 중요 정책은 해당 실·국·본부장 책임으로 하고 있고, 중요한 일은 제가 결정하고 있다"며 "저에게도 개인적으로 오는 민원이 많다. 아닌 경우는 아니라고 얼마든지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서울시 4급 이상 고위급 개방형 임기제 공무원이 박 시장 취임 전인 2011년에는 16명에 그쳤는데, 올해 7월 말 현재는 56명으로 40명이나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반직 공무원의 수는 같은 기간 9천446명에서 9천120명으로 오히려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 취임 이전에는 없었던 1∼2급은 각 2자리씩 4자리가 늘어났고, 3급은 8명에서 12명으로 증가했다. 4급은 8명에서 34명으로 4배 이상 껑충 뛰었다.
김 의원은 "시청 행정조직은 친목단체가 아니다"라며 "시의 내부 행정조직이 기형화되고 왜곡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선 실세'니 '(시장실이 자리한) 6층 사람들'이니 하는 말이 많이 나온다"며 "혁신 성과가 많은 것은 인정하지만, '시장님 사람'이라고 오해받을 수 있는 사람이 포진할 가능성에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서울시는 종합 행정을 하다 보니 온갖 분야에서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투자 유치, 도시 계획, 거버넌스 등에서 이들(임기제 공무원)이 일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주호영 의원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낸 일종의 교재인 '사회적 경제 워크북'도 문제 삼았다. 제한 경쟁을 통해 집필을 따낸 업체가 박 시장이 상임이사를 맡았던 '아름다운 재단'에서 갈라져 나온 '아름다운 커피'라는 것이다.
앞서 17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사회적 경제를 다룬 교과서를 두고 여·야 의원 간에 고성이 오간 바 있다.
주 의원은 "책은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커피를 사회적 기업의 대표로 소개하는데, 국내 어느 업체가 이렇게 교과서로 대놓고 홍보를 하느냐"며 "우리는 기본적으로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사회적 경제와는 보완적인 관계다. 자본주의도 제대로 배우지 않았는데 사회적 경제를 먼저 가르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는다"고 따졌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아름다운 커피뿐만이 아니라 호서대 산학협력단과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집필 사업을 받은 것"이라며 "(사전에 알았으면 아름다운 가게 사례를) 빼라고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서울시 산하 SH공사에서 정치 성향이나 박 시장과의 친분을 잣대로 소위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문건이 작성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문건에 따르면 SH공사의 1∼2급 주요 간부의 이름·출신 대학·경력이 적혀 있고, '진보 개혁'과 '박 시장'이라는 항목에 'O'·'X' 표시가 돼 있다.
김 의원은 "SH공사 노조위원장이 18일 오전 11시 30분께 시장실을 방문해 이 문건을 보여줬다"며 "박 시장과의 관계를 다룬 항목을 두고 1∼2급 주요 간부들의 성향을 분류하고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이 문건을) 처음 봤다"며 "문건이 실제 있었다 하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은 잘못 해석되거나 오해한 것"이라고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강하게 부인했다.
또 이 문건에서 '진보 개혁'과 '박 시장' 항목 모두 'X' 표시가 된 이모 임대본부장은 도리어 중책인 기획경영본부장을 맡아 연임까지 했다고도 해명했다.
박 시장 역시 "(이 문건이) 사실인지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며 "이 문서가 작성된 사실이 있는지, 문서에 따라 인사가 됐는지 철저히 확인해보겠다. 명단에 들어있는 사람이 오히려 승진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변 사장은 이날 저녁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이와 관련해 추가 질의을 하자 "누군가 저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이 문건을 작성했지만, 저에게까지 전달되지는 않았다"며 "결국은 (이 문건이) 저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문건 작성 경위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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