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친기업 행보' 본격화…부유세 축소·자본소득 누진세 폐지

입력 2017-10-25 11:56
佛 '친기업 행보' 본격화…부유세 축소·자본소득 누진세 폐지

부자감세론 뚫고 세제개편 확정…"떠난 부유층·기업 돌아올것"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부유세 축소와 자본소득 누진세 폐지 등을 담은 프랑스 세제개편안이 24일(현지시간) 의회를 통과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친(親)기업적 경제개혁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의회는 이날 마크롱 정부가 지난 17일 제출한 2018년도 세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부유세'로 불리는 연대세(ISF)의 부과 대상을 대폭 축소하는 한편 자본소득에 대한 누진세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받으며 찬반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앞서 좌파 성향인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1989년 분배 정책의 하나로 연대세를 도입했고, 프랑스 정부는 이에 따라 130만 유로(17억원 상당)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개인에게 보유액 대비 0.5∼1.8%의 세금을 물려왔다.

하지만 자산가들과 기업들이 세금을 피해 줄줄이 해외로 빠져나가자 올해 초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경제 회생을 위해 연대세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통과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연대세 항목 중 부동산 보유분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되고, 요트·수퍼 카·귀금속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산에 대한 투자지분도 과세대상에서 빠지는 한편 자본소득에 대해선 기존 누진세율이 아닌 비례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대해 프랑스 급진좌파 성향의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와 중도좌파 사회당 등은 이번 세제개편안은 부유층에 조세회피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에 패한 극우성향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도 마크롱의 감세안은 대선 후원자들을 보상해주기 위한 정책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좌파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도 이번세제개편안은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역사적 실수라고 일침을 가했다고 FT는 전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연대세 개편은 세금 폭탄을 피해 떠난 부유층과 기업들을 다시 되돌리기 위한 조치라며 세제개편안 통과를 계기로 친기업적·탈규제행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이라는 '프랑스 병'을 극복하기 위해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친기업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주 TV 인터뷰에서 "내 전임자는 부자들에 대해 세금을 물렸지만, 이전처럼 성공하지 못했다"며 "무슨 일이 벌어졌나 봐라. 그들은 모두 떠났다. 우리는 기업들 없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며 연대세 개편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FT는 "부동산 자산에 대해서만 0.5∼1.5%의 세금을 물리는 연대세 개편은 15억 유로(2조원)의 세수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마크롱 정부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 대해 중산층에 물리는 주택세를 100억 유로(약 13조원) 삭감하는 정책으로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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