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령·중령이 '미국 슬롯머신 사업' 다단계업체 간부 노릇
7년간 투자자 모집…피해자 4천여명, 피해금액 5천억원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다단계 업체 간부로 일하며 게임기 운영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온 전직 군 장교들이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전직 육군 중령 최모(68)씨와 전직 대령 김모(75)씨 등 S사 본부장 등 15명을 구속하는 등 관계자 60명을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S사는 2009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본사를 두고 "슬롯머신을 구매해 미국 텍사스에 설치·운영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며 "계좌당 1천100만원을 투자하면 3년간 연 21∼32%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투자자를 모집한 혐의를 받는다.
S사에 투자한 피해자는 4천명에 육박하고, 피해 금액은 5천130억원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중에는 은퇴한 공무원이 많다"며 "본부장 5명 중에 군 출신이 3명인데 동기 모임, 퇴직자모임 등에서 투자자를 끌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센티브만 지급하는 다른 다단계 업체와 달리 S사는 본부장, 부장, 과장, 대리, 판매원 등 5단계 직급에 따라 80만∼300만원의 고정급여를 지급했다. 또 투자유치를 해오면 계좌당 140만원의 추가 수당을 줬다.
또 S사는 금융당국 감시망을 피하려고 은행계좌로 거래할 때는 2천만원 이상 인출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리고, 사명을 한 차례 바꾸고 나서는 오직 현금으로만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설명회를 할 때면 S사는 참석자 명단을 사전에 작성해 입장 여부를 결정하고,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해 녹음·녹화를 원천 차단하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S사가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7억원을 들여 슬롯머신 300여대를 구매하기는 했으나 수익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선투자자의 배당금을 후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충당하는 '돌려막기식' 사업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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